14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미국전에 선발 등판, 3이닝 동안 2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하며 한국이 사상 처음으로 미국 올스타로 구성된 대표팀을 꺾는데 큰 주역으로 활약한 토종 에이스 손민한(롯데)은 "미국을 꼭 이기고 싶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손민한은 "미국전 선발 통보를 받고 사실 이런 WBC 같은 무대에서 내가 미국전에 나가도 되는 것인가 많이 생각했다. 미국전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어서 부담도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연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테스트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고 꼭 미국을 이기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자신감도 넘쳤고 위기가 왔을 때도 편안한 마음으로 던지자고 다짐했었다"며 마운드에 섰을 때 심정을 담담히 밝혔다. 손민한은 "난 강속구로 타자를 제압하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변화구를 주로 던지며 타자들을 유인했다. 미국 타자들은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첫 변화구에 속는다면 다음에도 계속 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손민한은 이날 1회 2사 만루의 위기에서 제이슨 배리텍(보스턴)을 바깥쪽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3회에는 켄 그리피 주니어(신시내티)에게 우월 솔로포를 허용했지만 연봉만 252억원으로 세계 최고 스타인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를 3구 삼진으로 잡아내던 장면은 하이라이트였다. 투구 상한선인 80개에 한참 못미친 46개만 던지고 4회부터 전병두(기아)에게 마운드를 넘겨준 손민한은 "선동열 투수코치가 1회 정도 더 던져주기를 바랐으나 어깨 근육이 뭉쳐 자진해 마운드를 내려왔다. 하지만 우리 팀에 훌륭한 투수진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간판타자들과 승부한 소감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체격이 좋기 때문에 한국 타자들과 달리 타석이 꽉 차 보였다. 일단 눈에 보이는 느낌부터가 달랐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중국전에 선발 등판, 4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챙긴 손민한은 이날 1승을 추가, 서재응(LA 다저스)과 함께 2승(무패)을 올린 투수가 됐다. 특히 중요한 경기가 해외파 투수 위주로 돌아가고 있는 이번 WBC 한국대표팀에서 손민한은 한국야구가 101년 만에 미국이라는 큰 산을 넘는데 결정적인 구실을 해 지난해 한국 프로야구 최우수선수로서 토종 에이스의 자존심을 곧추 세웠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애너하임=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