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가 14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직접 만나 사의를 표명했다. '3.1절 골프 사건'이 표면화된 지 이주일만이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아프리카 3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노 대통령을 청와대로 찾아가 면담한 자리에서 "부주의한 처신으로 누를 끼쳐 다시한번 죄송하다"며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김만수(金晩洙)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이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김 대변인은 "이후 종합적인 보고를 받은 뒤 시간을 갖고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 말씀이 있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귀국 직후인 오전 9시40분께 청와대 관저에서 이 총리와 청와대 수석.보좌관들과 함께 '귀국 인사'를 겸한 대화를 1시간 가량 나눴고, 이어 이 총리의 요청으로 20분 가량 별도 면담을 가졌다. 별도 면담 자리에는 이병완(李炳浣) 청와대 비서실장, 문재인(文在寅) 민정수석이 배석했다. 이 총리는 지난 2004년 6월 30일 총리로 임명돼 1년 8개월여간 재임하면서 노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속에 `실세총리'로 불리는 등 사실상 국정의 2인자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부적절한 시기에 부적절한 인사들과의 골프'로 인해 야당은 물론, 자신이 속한 열린우리당내의 강한 사퇴압박속에 스스로 퇴진의사를 밝히는 상황에 이르렀다. 노 대통령은 금명간 이 총리의 사의를 수용하고 후임 선정 작업에 착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들은 "노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할지 알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해찬(李海瓚) 총리는 15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릴 예정인 상공의날 기념식과 16일 오후 여의도 중소기업협동조합 회의실에서 예정된 일자리만들기 당정공동특별위원회 등 이번주 외부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이 총리가 사퇴할 경우 노 대통령의 중.장기 국정운영 기조는 일정부분 궤도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노 대통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거국중립내각 구성 등 정국반전카드를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어 주목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노 대통령은 이 총리에게 후임 환경부 장관에 대한 제청권을 행사토록 한 뒤 사표를 수리할 것으로 안다"면서 "그러나 이 총리의 후임 선정 작업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 당분간 한덕수(韓悳洙) 경제부총리가 총리 대행을 맡아 내각을 꾸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결단 시점이 2-3일을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금주중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데 대해 열린우리당은 `안타깝지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이제 파문 수습에 주력한다는 방침이지만, 한나라당은 골프 파문의 진상조사단을 새로 꾸리는 등 대여 공세를 한 강화할 태세여서 `골프 정국'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전망이다. 우리당 우상호(禹相虎) 대변인은 "국민여론을 반영한 총리의 결단"이라며 "대통령이 모든 사안을 종합해 거취 문제를 판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대통령이 빨리 (사표수리를) 결정해야 한다"고 압박했고, 이재오(李在五) 원내대표는 "이 총리의 사의와 관계없이 골프로비와 주가조작내부자 거래 등에 대해 철저히 진상조사를 벌여 불법 사실이 드러나면 의원직 사퇴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한나라당은 골프로비 진상조사단을 확대 결성키로 결정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