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로또 복권당첨으로 짜릿한 '대박'을 경험한 20대 남자가 당첨 8개월여 만에 당첨 전 저지른 강도혐의로 쇠고랑을 찼다. PC방 업주인 H(28)씨는 작년 3월 초순께 경남 마산시 양덕동에 있는 한 PC방에 들어가 종업원 A(19)군을 마구 때린 뒤 현금 20여만원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경찰의 수배를 받아왔다. 마산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넉넉지 않은 형편에 근근이 생활하던 그는 그러나 범행 넉 달 뒤인 지난해 7월초 구입한 로또 복권이 1등에 당첨, 세금을 제외하고도 13억9천여만원을 단번에 거머쥐는 행운을 맞았다. 사건 발생 이후 경찰은 H씨를 강도혐의로 전국에 지명수배했고 같은 해 8월께에는 부산의 한 경찰서도 그를 같은 혐의로 지명수배했다. 수사망이 좁혀 오자 H씨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자수를 권유했고 이에 H씨는 부친의 뜻에 따라 경찰에 자수의사를 밝혀왔다. 그러나 복권이 가져다 준 달콤함은 법의 심판에 대한 심한 거부감을 일으켜 결국 H씨는 자수하지 않고 경찰 수사망을 피해 다니며 도피 생활을 이어갔다. 잠적생활 중 H씨는 진주와 마산을 오가며 남부러울 것 없는 호화로운 생활을 만끽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H씨는 당첨금으로 시가 1억3천만원 상당의 BMW 승용차를 구입하고 고급 주점에서 유흥을 즐기는 등 대박의 짜릿함을 마음껏 즐겼다. H씨는 또 PC방을 인수, 자신의 형이 운영하도록 했으며 맥주집도 매입해 직접 경영하기도 했다. 이처럼 범행 이후 1년 가까운 시간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린 H씨는 그러나 뜻하지 않은 '암초'에 부딪히게 된다. 당첨금으로 진주에 거처를 마련한 H씨는 이 곳에서 자신의 '반쪽' A씨를 만나 동거생활을 시작했다. 커져만 가는 씀씀이로 H씨는 자신의 외제차를 처분하고 국산 대형차를 새로 바꾸는 등 약간의 '어려움'도 겪었지만 '억소리 나는' 거액은 그에게 핑크빛 일상을 누리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사랑의 포근함도 잠시. H씨는 당첨금의 사용과 배분을 놓고 여자친구와 갈등을 빚고 있는 사이 범행 1년여만인 이달 5일 오후 11시10분께 진주시 본성동에 있는 한 주점 앞에서 잠복 중이던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H씨는 가족이 사는 마산을 떠나 평소 진주를 무대로 생활에 왔다"면서 "당첨 이후 'H씨가 로또 복권 1등에 당첨됐다'는 소문이 경찰관과 일반인들 사이에 널리 퍼졌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H씨의 여자친구가 당첨금의 배분을 놓고 H씨와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H씨는 당첨금 13억9천800여만원 가운데 외제차 구입과 유흥비 지출, PC방과 맥주집 인수 등에 모두 3억여원을 사용했으며 현재 자신의 계좌에 10억원 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H씨는 구속 중이던 13일 오전 마산교도소로 이감됐다. (진주.마산=연합뉴스) 고준구 기자 rjko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