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가 2004년 논문의 1번 줄기세포(NT-1)가 처녀생식(parthenogenesis)의 산물이 아니라는 증거라며 각인검사(imprinting anlysis) 결과를 들고나와 또 다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해 과학계는 NT-1의 경우 각인검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처녀생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이런 주장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문제는 서울대 조사위가 `NT-1은 핵이식과정 중 불완적 탈핵과 난자 옆에 붙어 있는 1차 극체의 유입에 의해 유발된 처녀생식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할 때부터 제기됐던 사안이다. 황 교수측은 서울대 조사위의 `처녀생식 가능성' 지적에 대해 `모계(母係) 또는 부계(父係)로만 각인되는 유전자(unimaternally or unipaternally imprinted gene)'에 대한 검사를 실시하면 처녀생식 여부가 가려질 것이라는 주장을 펴왔다. 황 교수측 문형식 변호사는 "외부 기관에 NT-1의 각인검사를 의뢰한 결과, 부계 각인유전자가 나왔으며 이를 검찰에 제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각인유전자는 동일 염색체에서 똑같은 위치에 있는 대립유전자(allele)라도 아버지쪽에서 물려받은 것이냐, 아니면 어머니쪽에서 물려받은 것이냐에 따라 발현 여부가 달라지는 경우를 뜻한다. 아버지쪽에서 물려받은 경우만 발현되는 유전자를 부계 각인유전자라 부르고, 어머니쪽에서 물려받은 경우만 발현되는 유전자를 모계 각인유전자라 일컫는다. NT-1이 처녀생식의 산물이라면 정자 없이 난자에서만 유래했기에 모계 각인유전자만 발현되고 부계 각인유전자는 발현되지 않을 것이고, 만약 처녀생식이 아니라면 부계와 모계 각인유전자가 모두 발현될 것이므로 `처녀생식 산물이냐, 체세포 복제 산물이냐'를 가릴 수 있다는 게 황 교수측 주장의 골자다. 하지만 황 교수측 주장과는 달리 각인유전자 검사를 통해 NT-1이 처녀생식의 산물이 아니라는 과학적 결론을 내리지는 못한다는 게 과학계의 중론이다. NT-1실험에 사용된 난자는 엄밀히 말해 성숙 난자(ovum)이 아니라 그 전 단계의 미성숙 난자인 난모세포(oocyte)이기 때문에 난자 성숙 과정에서 이뤄지는 각인 과정이 완료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황 교수팀의 2004년 사이언스 논문 자체에 적시돼 있는 내용으로, NT-1 실험 주체가 박을순 연구원이냐 이유진 연구원이냐 하는 문제와는 무관하다. NT-1의 경우 설사 부계 각인 유전자가 발현됐다손 치더라도 이는 난자 공여자의 아버지로부터 온 것으로, 이것은 난자 미성숙으로 인해 미처 억제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포천중문의대 줄기세포치료연구소장 정형민 교수는 "미성숙 난자의 경우 각인 과정이 미처 완료되지 않았을 수 있기 때문에 각인검사를 하더라도 모계 각인유전자만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부계 각인유전자도 함께 발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연구팀이 1998년 이 방면의 권위지인 `발생학(Development)'지에 쥐의 처녀생식에서 이런 사례를 보고한 바 있다. NT-1에 대한 각인검사를 통해 모계쪽 각인유전자만 발현된다면 `처녀생식이 확실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겠지만, 설사 부계 각인유전자가 나오더라도 처녀생식이 아니라는 과학적 결론을 도출하기는 힘들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황 교수팀도 2004년 논문에서 1번 줄기세포에 대해 각인유전자검사를 했다고 기술하면서 `난자공여자 체세포와 줄기세포의 DNA지문검사 결과가 완벽하게 일치한다'고 보고했으면서도 "처녀생식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썼다. 더욱이 서울대 조사위에서 밝혀졌듯 NT-1의 48개 마커 중 8개가 체세포와 일치하지 않는데다가 상이한 마커 8개가 모두 처녀생식의 전형적 징후인 동형접합(homozygosity)을 보이는 상황에서 처녀생식의 가능성을 부인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서울대 조사위 관계자는 "각인검사가 시간이 오래걸리는데다, 이 검사를 하면 NT-1이 처녀생식의 산물이라는 확실한 증거로 쓸 수는 있어도 처녀생식이 아니라는 근거는 될 수 없기 때문에 이 검사를 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임화섭 기자 shg@yna.co.kr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