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어제 CBS 라디오에 출연, "국내자본이나 외국자본은 공평하게 대우해야 하며,국내기업 중 기간산업이나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에 대해 외국기업이 경영권을 빼앗아가려 한다면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이 적대적 M&A 위협에 노출돼 있는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를 용이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것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재정경제부는 추가적인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어 향후 정부 입장이 어떻게 조율(調律)될지 주목된다. 우리는 이 문제에 관한 한 정부가 현실 인식을 보다 분명히 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정부 일각에서는 한두 사건 때문에 M&A 절차를 복잡하게 바꾸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얘기도 하지만 현재의 규정 아래서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KT&G에 대한 적대적 인수 시도와 같은 일이 앞으로 더 발생하지 말라는 그 어떤 보장도 없는 상황이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듯이 벌써부터 다음은 포스코가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민영화된 공기업만 그런 게 아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국내 상장기업 가운데 외국인이 최대주주보다 더 많은 지분을 보유한 58개 우량기업이 적대적 M&A 가능성에 심각하게 노출돼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는 삼성전자 등 적지않은 국내 대표기업들이 포함돼 있다. 최근 기업들이 정관 개정 등을 통해 자구책 마련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도 그만큼 불안하다는 얘기다. 이런 실정에서 기업들의 과감한 투자를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누차 지적한 바 있지만 국내기업들이 이렇게 외국자본의 먹잇감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은 한마디로 경영권 방어에 대한 신중한 고려없이 경영권 공격만 용이하게 만든데 따른 당연한 결과다. 주식 분산 등 이른바 모범적 지배구조 논의에만 몰입한 채 그것이 기업에 또 다른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은 간과한 정부 정책 역시 한몫 했음은 물론이다. 정부는 더 이상 이런 상황을 방치(放置)해선 안된다. 균형있는 접근이 절실하다. 민영화된 공기업에 대한 적절한 경영권 보호 장치 마련은 물론이고 기업 스스로 경영권 방어에 나설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보완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