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20일자로 시행된 전국 지방법원 부장판사 인사에서 사법연수원 20기 법관들을 대거 초임 부장판사로 발령냈지만 일부 법관은 제외시켜 그 배경을 놓고 일선 법원이 술렁이고 있다. 미발령자에는 전례 없이 `순수 법관'들이 포함돼 그동안 누구나 자동 승진하는 것으로 인식돼온 지법 부장판사 발령에도 고등법원 부장판사처럼 탈락 개념이 도입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20일 법원행정처와 각급 법원에 따르면 이번 인사에서는 연수원 20기 법관 69명 가운데 10명 안팎의 법관이 지방법원 부장판사 발령을 받지 못했다. 이들 중에는 대부분 변호사로 활동하다 판사로 임용돼 동기 법관에 비해 법관 근무경력이 다소 짧다는 점 때문에 `경력을 좀 더 쌓으라'는 취지로 부장판사 발령이 미뤄졌다는 게 법원 안팎의 분석이다. 해당 법관들은 변호사→판사, 판사→변호사→판사, 검사→변호사→판사 등의 경력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재야법조계 출신 법관이 승진에서 약간 늦어지는 것은 과거부터 이어진 관행이어서 그다지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있으나 변호사 경력이 전혀 없는 판사 3명도 이번에 지법 부장판사 발령을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돼 이를 인사개혁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일선 법원에서 감지되고 있다. 사법연수원 졸업 이후 줄곧 법원에만 근무한 법관들이 지법 부장판사 발령에서 제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가운데 서울에 근무 중인 법관 1명은 건강상 문제로 비교적 장기간 휴직했던 점 때문에 부장판사 발령이 늦어진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방에 근무 중인 법관 2명은 외형적 결격 사유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내년에는 부장판사로 발령날 것인지, 내년에 지법 부장판사 발령 대상인 연수원 21기 법관들 중에도 미발령자가 추가로 생길 것인지 등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대해 조직기강이 느슨했다는 지적을 받아온 법원에 엄격한 경쟁체제가 도입되는 게 아니냐는 긍정적인 반응과 납득할 만한 인사원칙을 제시하지 않은 채 특정 인물을 승진에서 탈락시킨 것은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지법 부장판사 발령은 승진이 아니라 전보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 발령나지 않은 것을 탈락했다고 볼 수는 없다. 어차피 인원은 많지만 자리는 한정돼 있기 때문에 갈수록 미발령자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파문 확산을 경계했다. 그러나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이제까지 법원에 있으면 지법 부장판사는 자동으로 발령된다는 인식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구체적인 인사방침을 알 수는 없지만 이번 인사가 기존의 인식을 깨는 인사라는 점은 분명하다"며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z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