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회사에 다니는 권오형씨(29)씨는 주말에도 바쁘다.


일로 바쁜게 아니라 외모가꾸기로 바쁘다.


오전에는 피부관리센터에 가서 마사지를 받고 오후에는 이미지 메이킹 학원에서 비즈니스 행동가짐에 대한 강의를 듣는다.


저녁에는 여자친구와 함께 백화점에서 패션흐름을 살핀다.


모 시중은행 지점장 김경태(45)씨는 주말이면 강남 신사동의 교정학원에서 한시간동안 자세교정레슨을 받는다.


지난 주말엔 신사동 한 성형외과에서 검버섯 제거수술까지 받았다.


남성세계에 이미지 관리 열풍이 불고있다.


단순히 유행을 쫓는게 아니라 자기관리다.


청년취업난이 계속되면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이들은 자기몸값을 높이기위한 수단으로 중년들은 커리어를 연장하기위한 자기투자로 외모관리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고령화시대가 급진전하면서 '청년 같은 실버'를 추구하는 은퇴족이 늘어나는 것도 남성 외모 관리 붐을 달군다.


기업도 직원의 자기관리붐은 능률향상과 직결된다고 보고 사내회춘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권장하는 추세여서 관련 시장은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 강남 이지함피부과의 자체 조사 결과, 40대 이상 중년 남성 고객 비율이 최근 15%까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득 원장(44)은 "과거 중년 남성들은 무좀 알레르기 습진 등으로 주로 찾아왔는데 최근엔 검버섯이나 색소 제거 시술 등 얼굴을 가꾸기 위한 미용시술을 많이 받고 있다"고 전했다.


중년 고객의 회춘 취향은 패션업체의 마케팅 전략에도 영향을 준다.


제일모직의 중년 남성용 브랜드인 로가디스의 경우 디자인 감각을 35~40세에서 30~35세로 낮춰 잡았다.


남성 고객의 취향이 나이를 불문하고 젊어졌기 때문이다.


중년 블루진 시장이 패션업계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제일모직 로가디스는 지난해에 일주일 평균 40~50장의 블루진 의류를 팔았다.


이는 연초 예상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포르셰를 비롯한 고가 외제 스포츠카 고객 중 50,60대 비중이 급신장하는 것도 남성의 외모 관리와 무관하지 않다.


서울 신사동에서 외제차 딜러를 하는 신용태씨(39)는 "중년 고객들이 컨버터블(지붕 개폐식)형 등 젊은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스포츠카를 많이 찾기 시작했다"면서 "옷을 젊게 입는 것이나 마찬가지 풍조로 본다"고 말했다.


패션,라이프 스타일,몸매 관리 등을 주로 다루는 남성잡지는 1995년까지 에스콰이어뿐이었으나 현재 GQ 맥심 V매거진 등 네 종류로 늘었고 맨즈헬스 아레나 2개가 오는 20일 창간호를 낼 예정이다.


남성잡지 정기독자는 10년 전 1만3000여명에서 현재는 연간 10만여명의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다.


2년 전 국내 최초로 넥타이 전문 로드숍을 연 앤드류스타이의 경우 2년 사이 매장이 13개로 늘어났고 매출도 매장당 월평균 5000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2005년 한 해만 해도 11만개의 넥타이를 팔았다.


앤드류스타이 장윤경 사장(55)은 "국민소득이 높아질수록 남성의 소비가 늘어나는데 불황기에 가장 적은 돈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는 것이 넥타이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남성 화장품 시장도 급팽창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작년 남성 화장품 시장의 규모가 35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는 4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했다.


종류도 예전엔 스킨 로션이 주종이었으나 최근에는 색조,팩,왁스,염모제 등 기능성 제품 등으로 세분화하는 추세다.


얼마 전 신세계백화점은 '회춘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회춘 프로그램이란 사원이 회사와 약속한 건강나이에 도달했을 경우 회사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제도다.


이 프로그램 담당 구영모씨(30)는 "작년에 처음 도입했을 때보다 신청자 수가 두 배 이상 늘었고 그 중 남자 사원이 60%에 육박하고 있다"면서 "직원의 건강관리 붐은 능률 극대화라는 측면에서 회사도 적극 권장한다"고 말했다.


한국전력 SK네트웍스 한화 대우인터내셔널 LS산전 등이 보건소와 연계해 금연 클리닉 등 사원의 건강관리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것도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30대의 정력을 유지하려는 중년의 노력은 비아그라로 대표되는 '회춘산업'의 급성장으로 이어진다.


의약품 시장 전문 조사기관 IMS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 규모는 작년 기준 약 640억원으로 3년간 무려 2배의 신장세를 보였다.


한국화이자의 최경미 홍보부 차장(36·여)은 "과거엔 발기부전을 중년의 일반적인 증세로 받아들이는 추세였지만 요즘에는 젊음을 유지하는 자기관리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추세로 변했다"고 말했다.


이미지 컨설팅 연구소 '플러스 이미지 랩'의 우영미 대표 컨설턴트(36·여)는 "성공한 남성의 전형이 바뀐 것도 남성 이미지 관리 붐에 일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 대표는 "신세대 직장인의 의식 수준이 독립적이고 회사에 대한 복종심이 예전에 비해 약해졌기 때문에 강압적인 리더십이 퇴조하고 상대에게 '어필'하는 이미지 리더십이 각광받고 있다"면서 "이런 경향이 남성세계의 외모 가꾸기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신영 이태훈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