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다" "모른다" "기억에 없다"... `나는 몰랐다'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주장들을 뒤엎을만한 각종 증언들이 잇따라 터져나와 가뜩이나 취약한 것으로 지적돼온 부시 대통령의 신뢰성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미국 정가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로비스트 잭 아브라모프는 최근 한 언론인에게 보낸 e-메일을 통해 조지 부시 대통령을 여러 차례 만났으며, 텍사스의 크로퍼드 목장에 초청된 적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브라모프는 이 e-메일 메시지에서 "부시 대통령은 내가 만난 정치인 중에서 기억력이 가장 좋은 사람"면서 "그는 나를 12번 가량 본 적이 있고, 우리 애들에 대한 얘기 등 여러 문제에 대해 농담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2003년 8월 9일 크로퍼드 목장에서 열린 기금 모금자들의 행사에 초청받았지만 그날이 유대교의 안식일이었기 때문에 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부시 대통령이 자신을 만난 기억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는데 대해 "아마 모든 것을 잊어버린 모양"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아브라모프의 이 같은 주장들은 "솔직히 그와 사진을 함께 찍은 사실 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그와 함께 자리에 앉거나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는 부시 대통령의 말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누구 말이 맞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카트리나 늑장 대처에 대해서도 `피해가 그렇게 크리라는 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부시 대통령의 해명은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비난 여론에 밀려 퇴진한 마이클 브라운 연방재난관리청(FEMA) 전청장은 10일 상원 청문회를 통해 지난해 8월 29일 카트리나가 닥치기전 뉴올리언스 호수의 둑이 무너져 대홍수가 날 것임을 백악관 수뇌부에 사전에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 "제방 붕괴를 예상한 사람은 누구도 없었을 것"이라던 부시 대통령의 주장과는 전혀 다른 것. 부시 대통령은 당시 브라운 전청장이 카트리나 피해 예상 상황을 보고했던 관계기관 대책회의에 잠시 참석하기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말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을 결정적으로 주저앉혔던 `리크 게이트'와 관련해서도 백악관측에 불리한 증언이 제기됐다. 부시 대통령은 이제까지 리크 게이트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칼 로브 비서실 차장을 비롯한 백악관 인사들이 이 사건과 무관한 것으로 안다는 입장을 밝혀왔으나 딕 체니 부통령이 비밀 유출을 직접 지휘했다는 증언이 나온 것. 위증 등의 혐으로 기소된 루이스 리비 백악관 부통령 전 비서실장은 대배심 증언 등을 통해 체니 부통령이 정치적 의도에서 미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의 신분을 언론에 흘리도록 부추겼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리비 전 실장은 향후 재판 과정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여 이 사건에 대한 백악관의 연루 여부를 둘러싼 파문은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이라크전 정보 조작 등과 관련해 그러잖아도 국민들로부터 신뢰성을 의심받아온 부시 대통령에게 이런 각종 의혹들이 덧붙여짐에 따라 그는 다시 `신뢰성의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부시 대통령의 정직성을 묻는 지난해말 미국 내 여론조사에선 `부시 대통령이 솔직하다'는 응답이 겨우 30%선에 그치는 것으로 나온 바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기창 특파원 lk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