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의 시사고발 프로그램이 익명보도의 원칙을 철저히 지켰고 진실을 토대로 공익적인 내용을 보도한 것이라면 명예훼손이나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조해섭 부장판사)는 인력알선업체 T사가 `일방적 주장에만 기초해 취재한 내용을 방송해 명예를 훼손하고 업무를 방해했다'며 모 방송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가 해외 인턴십 알선업체의 불법 알선행위로 인한 피해 사례를 차례로 소개한 내용은 시청자에게 일부 문제 업체가 있으므로 선택에 주의가 필요함을 지적하는 것일 뿐 특정 업체를 겨냥한 내용이 아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가 문제 삼고 있는 피고측이 몰래 촬영한 부분의 경우 모두 모자이크로 처리됐고, 음성 역시 변조돼 일반 시청자들이 해당 업체가 바로 원고 회사라고 인식하기는 어렵다고 여겨진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언론매체가 사실을 적시해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그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익을 위한 것일 때는 위법성이 없다고 할 것인데 이 방송 내용은 전체적으로 진실에 부합한다고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따라서 방송 내용의 공공성과 진실성이 인정되는 이상 피고가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측이 피해 학생과 원고 회사 직원의 대화를 몰래 촬영하는 등 취재과정에 일부 적절치 못한 면이 있었다고 해도 피고측이 익명보도의 원칙을 철저히 지킨 이상 원고 회사가 어떤 손해를 입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해외 인턴십 프로그램에 국내 대학생을 보내주는 사업을 하는 T사는 지난해 피고 방송사가 해외 인턴십 제도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제시하는 고발 프로그램을 방영하면서 자사의 사례가 보도되자 `학생들의 주장에만 기초해 대화내용을 몰래 촬영한 후 방송하는 바람에 명예가 훼손되고 영업 손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냈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z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