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기아자동차와 일본의 도요타 혼다 등 양국의 대표적 자동차 업체가 미국 유럽 중국 등 세계 시장 곳곳에서 정면대결에 돌입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미국 시장에서 일본 업체들의 주력 차종인 중대형차 시장을 넘보자 도요타와 혼다는 현대차의 아성인 소형차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중국과 인도 등에서는 일본 업체가 '타도 현대차'를 외치며 대대적인 공세를 준비하고 있고 동남아 시장에서는 현대·기아차가 일본의 벽을 뛰어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반도체에 이어 한·일 자동차업체 간 '글로벌 대전'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미국과 유럽 시장 쟁탈전 치열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는 현대차와 일본 업체들이 상대방의 시장을 잠식하기 위한 쟁탈전을 펼치고 있다.


그동안 저가 소형차 부문에서 경쟁력을 가졌던 현대차는 앨라배마공장에서 만든 3300cc짜리 쏘나타(NF)를 출시한 데 이어 내년 초 신형그랜저(TG)를 내놓는 등 중대형차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쏘나타는 출시 초기부터 언론과 소비자단체 등으로부터 호평을 받으면서 일본의 캠리(도요타) 어코드(혼다) 등을 위협하고 있다.


현대차가 중대형 차 시장을 넘보는 사이 도요타와 혼다는 현대차가 강세를 보여온 소형차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경제적인 소형차 판매가 갈수록 늘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도요타는 소형차 사이언을 내세워 현대차 엑센트(국내명 베르나)와 격돌하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엑센트가 판매량 3위(3만9351대)를 나타냈고 사이언이 5위(판매량 2만5641대)로 추격 중이다.


도요타는 사이언에 이어 일본에서 판매 중인 소형차 비츠를 내년 2,3월께 미국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혼다는 내년 3,4월 중 유럽에서 팔리는 피트와 재즈를 출시해 미국 소형차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일본 업체들은 미국 소형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일본이나 유럽에서 판매 중인 모델을 미국시장에 맞게 변형시켜 출시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1~10월 누적 판매 기준)에서도 현대·기아차와 일본업체 간 판매 경쟁이 뜨겁다.


러시아 소형차 부문에서는 현대차 엑센트와 도요타 코롤라가 각각 3위와 5위로 각축 중이다.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 부문에서도 현대차 투싼과 도요타 RAV4가 각각 3위와 2위로 순위다툼이 치열하다.


영국 스포츠카 시장에서는 현대차 쿠페(국내명 투스카니)와 도요타 셀리카가 4위와 6위에 올라있다.


◆동남아와 중국시장서도 각축


동남아시장에서는 현대·기아차가 오는 2010년까지 판매량 30만대,시장점유율 15%를 목표로 내걸고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 업체들은 개별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무역관세를 없애 자동차 수출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중국에서는 현대차의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차가 일본 업체들을 앞서가고 있는 가운데 도요타 등이 최근 공세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현대·기아차는 오는 2010년까지 중국에서 100만대 생산 체제(현대차 60만대,기아차 43만대)를 구축,시장점유율을 20%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에 맞서 도요타 혼다 등 일본차 6개사는 앞으로 5년간 중국에 2조원가량을 투자,생산량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업체들이 중국에 대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현대차가 약진을 거듭하고 있는 데 대한 반격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국시장을 선점했던 폭스바겐의 아성이 무너지면서 한국과 일본 업체 간 총성없는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