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다음달 초 `친일반민족 행위자 재산환수에 관한 특별법'을 본회의에 회부할 예정인 가운데 국가를 상대로 한 친일파 후손의 토지반환 소송 판결이 최근 잇따라 나와 주목받고 있다. 2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3부는 이날 `정미칠적'(丁未七賊) 송병준의 후손이 낸 소유권등기말소 등 청구소송에 대해 `원시 취득자인 송병준으로부터 국가가 토지를 승계 취득했으므로 국가가 소유권을 갖는다'는 취지로 원고 패소판결했다. 앞서 15일에는 수원지법 민사2단독 이종광 판사가 `조부가 일제로부터 받은 땅을 돌려달라"며 `을사오적'(乙巳五賊) 이근택의 형 이근호의 손자가 낸 소유권보존등기 말소등기 소송을 `적절치 않다'며 각하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해당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 헌법상 보호받을 수 없는 것임을 알거나 예상할 수 있음에도 국회의 재산권 제한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현행 법질서가 잠정적인 상황을 악용해 소를 냈다"며 "이런 위헌적 법률상태가 입법으로 해소될 때까지 재판청구권의 행사를 일시 정지하는 의미로서 소를 각하한다"고 판시했다. 친일파 후손의 재산환수 소송에 대한 대법원의 판례는 아직 없고 현재 1ㆍ2심의 하급심 판례만 나와 있는 상황이다. 현재 이 문제를 규율할 법률이 제정되지 않아 법원은 친일파 후손의 환수소송에 대해 민법과 기존 판례를 토대로 판결하고 있지만 하급심 판단도 엇갈리고 있다. 친일파 후손의 `조상땅 찾기'가 주목받게 된 것은 1990년 이완용의 증손자가 서울 마포구 일대의 땅에 대해 소유권이전등기말소소송을 내 승소하면서부터. 이에 대한 국가의 항소에 대해서도 항소심은 97년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선뜻 내키지 않는다 해도 그런 법률을 오랜 세월이 흐르도록 제정하지 않았다면 소급해 문제삼는 것이 사회질서에 어긋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반면 을사늑약(조약) 체결시 궁내의 동정을 친일파에 제공한 행위를 한 이재극의 후손 김모씨가 파주시 일대 땅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99년 낸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은 "이 사건 소는 정의와 신의칙에 현저히 반해 부적법하다"며 각하했다. 이에 대해 서울고법은 2001년 `이재극이 반민족행위자인지 혹은 그가 이 부동산을 반민족행위로 취득한 것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법원은 모든 국민의 평등한 재판청구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파기했으며 김씨는 올해 다시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올 5월까지 친일파 후손이 국가를 상대로 소유권 확인 또는 소유권 이전등기 등 민사소송을 낸 사례는 모두 23건으로 이 중 16건이 확정판결을 받았으며 후손들이 승소(일부승소 포함)한 건수는 절반인 8건이다. 친일파 후손들이 비교적 높은 승소율을 보인 것은 국민적 정서나 법감정과 달리 법원은 제출된 증거 등을 바탕으로 사실관계만을 따져 심리하기 때문이다. 국회가 `반민족행위자 재산환수특별법'을 다음달 초 법사위 본회의에 회부할 예정이어서 특별법이 통과되면 친일파 후손들의 토지반환소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돼 향후 국회의 처리 여부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z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