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한국과 일본 영화계를 한단계 이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세 감독의 작품이 소개된다. 한국영상자료원은 8~13일 고전 영화관에서 '욕망예찬'이라는 코너 제목으로 한국의 김기영, 일본의 이마무라 쇼헤이ㆍ스즈키 세이준 감독의 작품을 상영한다. '욕망예찬'이란 제목에서 느껴지듯 이들 세 명의 감독은 각기 인간의 본능과 욕망을 신랄하고 집요한 시선으로 파헤쳐왔다. '화녀', '화녀82', '충녀', '고려장' 등이 소개될 김기영 감독(1919~1998)은 55년 '주검의 상자'로 데뷔했다. 서울대 치의학과 출신으로 서울대 연극반을 창립한 후 고려예술좌라는 대학생 연합극단을 조직해 대학생 연극 운동의 선봉장에 섰다. 60년 발표한 9번째 작품 '하녀'가 특히 대단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일상적인 인간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성적 욕망과 샤머니즘이 표현주의적 화면으로 비춰졌다. '하녀'의 기본 틀과 내용을 고스란히 가져온 '화녀'는 71년 개봉 당시 '미워도 다시 한번'보다 더 많은 25만 관객을 동원하는 흥행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녀' 이후 표현주의적 기법보다는 한국 리얼리즘영화의 한 축을 정립했다는 평을 받고 있기도 하다. 스즈키 세이준(1923~) 감독과 이마무라 쇼헤이(1926~) 감독은 각각 베니스와 칸이 선택한 감독이라 할 수 있다. 58년 '지하세계의 미녀'로 데뷔한 스즈키 감독은 상대적으로 국내에는 덜 알려져 있다. 80년 '지고이네르바이젠'으로 베니스 국제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고, 91년 베니스 영화제 공로상을 수상했다. 대담한 성 묘사로 일본내 논란을 일으킨 '육체의 문'(1964), 일본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살인의 낙인'(1967) 등을 비롯해 '동경 방랑자', '문신일대', '암흑가의 매녀' 등 그의 대표작을 만날 수 있는 기회. 액션ㆍ뮤지컬ㆍ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관습을 파괴했다는 평을 받은 그는 왕자웨이, 데이비드 린치, 짐 자무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등에게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마무라 감독은 83년 '나라야마 부시코', 97년 '우나기'로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오시마 나기사와 함께 일본의 마지막 거장 세대라는 평을 받고 있으며 일본 누벨바그의 기수로 꼽힌다. 한 여성의 삶을 곤충을 관찰하는 듯한 잔혹함과 철저한 리얼리즘적 시선으로 묘사한 '일본 곤충기'(1963)를 비롯해 '도둑맞은 욕정', '붉은 살의', '나라야마 부시코' 등이 소개된다. 인간을 마치 동물에 비유하는 듯한 밑바닥 본능에 충실하며, 그것이 오히려 기괴한 휴머니즘을 낳는다는 평을 받고 있다. '욕망예찬' 프로그램의 모든 영화는 무료로 상영된다.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