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23일 의회 중간선거에서 자신의 계파 후보들의 대거 당선함으로써 2007년 재선 기반을 확보했다. 특히 키르치네르 대통령의 부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 여사는 에두아르도 두알데 전 대통령의 부인 일다 곤살레스 데 두알데 여사를 상대로 한 맞대결에서 압도적 차로 승리를 거뒀다. 같은 집권 페론당(PJ) 소속인 키르치네르와 두알데, 두 전.현직 대통령은 페론당 조직 장악은 물론이고 차기 대권을 놓고도 경쟁하는 사이. 따라서 '현직 영부인의 전직 영부인에 대한 압승'으로 이번 중간선거 결과는 각자 남편의 당내 위상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관측된다. 전.현직 영부인이 연방상원의원직을 놓고 맞붙은 부에노스아이레스주(州)는 아르헨 전체 인구 3천600만명 가운데 3분의 1이 거주하는 최대 행정구역으로 이 지역의 정치적 장악이 곧 아르헨 전체 정국 장악을 위한 요충이다. 아르헨 유력 일간지 라 나시온 인터넷판에 따르면 24일 새벽 3시 현재 부에노스아이레스주 개표가 76% 진행된 가운데 페르난데스 여사는 45%의 득표율로 19% 득표에 그친 일다 여사를 압도적 표차로 제치고 승리를 확정지었다. 복합 의석할당 방식으로 모두 3명의 상원의원을 뽑도록 함에 따라 2위 득표자인 일다 여사도 상원의원에는 당선됐다. 하지만 30%포인트에 가까운 득표 차는 페론당 내의 보수파 거두로 그간 당을 사실상 이끌었던 두알데 전 대통령에게 큰 정치적 타격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페론당 내 개혁파로 신진 세력을 대표했던 키르치네르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22% 득표율에 그쳤다는 '콤플렉스'를 벗어버리고 당 및 의회 장악력을 높이는 기회를 맞았다. 키르치네르 대통령은 하원의원(전체 257석)의 절반과 상원의원(전체 72석)의 3분의 1을 뽑는 이번 중간선거에서 '승리를 위한 전선'이란 선거조직으로 자체 공천권을 행사하며 자신의 계파 확대에 나섰고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확실한 개표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출구조사로는 12월 개원하는 새 의회의 상원에서 키르치네르는 자신의 계파로 40명의 의원을 확보, 완전 장악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하원의원 85-100명도 키르치네르 계파로 구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과반에는 못미치지만 이전에 비하면 거의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중간선거 결과와 관련해 아르헨 언론이 일제히 전현직 영부인의 맞대결에 관심을 쏟은 것을 보더라도 페르난데스 여사의 승리는 키르치네르 대통령의 승리로 해석되고 있다. 키르치네르 대통령은 그러나 앞으로 페론당 내 보수파와의 알력 관계 해소 등의 과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빈곤층 38.5%, 실업률 12.1%로 악화된 경제 상황의 개선도 숙제다. 2003년 5월 집권한 키르치네르는 중도좌파 정책 기조 하에 과감한 과거사 정리 법안, 반미(反美) 외교행보로 높은 국민 지지도를 기록해왔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