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는 22일 "북한은 미국을 포함한 6자회담 참가국들이 연료제공과 함께 연료주기의 마지막 단계에 참가하는 문제에 대해 논의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경수로에서 나오는 사용후 폐연로봉의 처리를 자국이 아닌 제3국에 맡김으로써 그 추출물인 플루토늄에 손대지 않겠다는 것으로, 국제사회의 핵무기 전용 의혹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리처드슨 지사는 이날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이 경수로 문제에 대해 유연한 자세를 보여줬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이와 관련, 리처드슨 지사를 동행한 핵관련 전문가인 토니 남궁 박사는 "4차회담 종결후 북한은 경수로 제공과 관련해 `적절한 시기'는 지금이라고 천명했으나 며칠후 북한의 유엔 대표부 차석대사가 이보다 한발짝 양보해 `최대한 빠른 시기'라고 했다"고 소개한뒤 "지금은 이보다 좀더 유연한 입장"이라고 전했다. 리처드슨 지사는 "북한은 `9.19 공동성명'에 담긴 핵원칙을 준수하겠다고 밝혔으며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안전조치를 준수하고 NPT(핵무기비확산조약) 복귀 의사를 밝혔다"면서 "대신 북한이 취하는 어떤 조치도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제5차 6자회담의 개최시기와 관련, "북한은 6자회담에 복귀할 구체적인 시기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11월 첫째주 후반부가 아닐까 한다"고 전망했다. 리처드슨 지사는 "북한은 필요하다면 IAEA 사무총장과 관련자들을 적절한 시기에 초청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면서 "특히 북한이 5차회담에 무조건 참가의사를 밝히는 등 매우 긍정적인 어조를 보여줬다"고 전했다. 그는 이에 따라 자신이 "북한에게 신의의 표시로 6자회담 중에 영변원자로를 해체하도록 촉구했다"고 말했다. 리처드슨 지사는 `북한이 과거와 달리 북핵문제 해결에 긍정적인 전망을 보이고 있는 배경이 뭔가'라는 질문에 "분위기 개선에 3대 요인이 있다"며 "그 것은 부시 행정부의 유연하고 외교적 원칙에 입각한 대북 교류정책과 한국이 추진하는 경제지원, 그리고 중국의 지도력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방북 기간에 북한이 영변 원자로 방문을 허용했다"고 소개했고 남궁 박사는 "영변의 흑연감속로와 냉각계통에도 접근했지만 사용후 폐연료봉은 발견하지 못했으며 인출된 폐연료봉은 방사화학실험실, 재처리 실험실로 이전된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방북단에 포함됐던 미측 관계자는 "북한은 우라늄 농축시설 존재자체를 부인했으며 연료봉 제조시 천연우라늄을 사용한다고 밝혔다"고 부언했다. 리처드슨 지사는 "북한 당국이 인도주의적 구호 요원과 세계식량계획 요원들이 북한에 남아있도록 해주겠다고 밝혔다"면서 "이는 태도변화"라고 언급했다. 그는 "그 같은 변화는 (일종의) 선의의 표시"라며 "북한은 그러나 구호단체가 북한에 남아있을 수 있지만 지원성격을 개발원조로 바꾼다는 전제에서 허용한다는 것이며 그 인원도 구호단체는 30명으로 줄이고 NGO(비정부기구)도 30명 선으로 한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또 미 국무부가 원하면 실종미군 유해 반환을 위한 회담에 응할 수 있으며 일본인 납치자 한명의 DNA 분석결과에 대한 협의를 포함, 2002년 북일 평양선언에 입각해 다양한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리처드슨 지사를 동행했던 미측 법률 고문은 "북한에 정부 제도의 투명성이 필요하며 이럴 경우 서로 정보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되고 서로를 알게 되면 신뢰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고 덧붙였다. 리처드슨 지사는 기자회견에 앞서 서울 모처에서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과 조찬을 함께 하고 방북 결과에 대해 설명했으며 이날 오후 이한한다. (서울=연합뉴스) 홍덕화 인교준 기자 duckhwa@yna.co.kr kji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