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환경에서 세계선수권 단체전 첫 금메달이라는 꽃을 피운 여자 플뢰레 선수단이 금의환향했다.


금메달의 주인공인 남현희 (성북구청)와 서미정(전남도청), 정길옥(강원도청), 이혜선(한체대)과 '금빛 조련사' 이성우 코치는 16일 아침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 미리 나와 있던 대한펜싱협회 관계자와 가족, 뉴스를 통해 금메달 쾌거를 접한 일반 시민들의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


이들은 이틀 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2005 세계선수권 여자 플뢰레 단체전 결승에서 연장 접전 끝에 루마니아에 20-19로 짜릿한 역전승을 일궈내고 세계 정상에 등극, 한국 펜싱사를 새로 쓴 주인공.


푸른색과 흰색이 섞인 국가대표 유니폼 차림의 여검사들은 출국장을 빠져나오며 난생 처음 받아보는 카메라 세례와 환영 플래카드를 접하고 처음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밝은 미소로 화답했다.


155㎝의 여린 체격이지만 자신보다 한 뼘 이상 큰 유럽 선수들을 연파하며 우승의 수훈갑이 된 '땅콩' 남현희는 "루마니아와는 스타일이 맞지 않아서 처음엔 고전했다"면서 "마지막 라운드에서 한 포인트를 지고 있었지만 상대 선수의 허점이 보여 그대로 찔렀다.동점이 된 뒤 우승 예감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남현희는 "게임 뛰기 전에 선수들끼리 화합이 잘 됐고, 관중들의 응원이 우리에게 집중됐 것도 큰 자신감을 준 것 같다"면서 밝게 웃었다.


특히 남현희는 이날 소속팀인 성북구청에서 서찬교 구청장이 직원들과 별도 펼침막을 대동하고 마중나와 눈길을 끌기도.

대회 약 2개월여 전 오른 발에 깁스를 할 정도로 큰 부상을 당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진통제 투혼으로 우승에 힘을 보탠 서미정은 "아직도 우승했다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서 "13년 동안 펜싱을 하면서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아보긴 처음인 것 같다"고 그동안 비인기 종목 선수로 겪은 설움을 토로했다.


취임 1년도 채 안된 짧은 기간에 선수단을 세계 정상으로 이끈 탁월한 지도력으로 '펜싱의 히딩크'라는 닉네임을 얻은 이성우 코치는 "우리 선수들이 기술적으로는 유럽에 전혀 밀리지 않기 때문에 자신감을 불어넣는 데 주력했다"면서 결승전 때 선수단 벤치 앞에 대형 태극기를 걸어놓고 정신력을 다잡은 것이 효과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선수단은 우승이 확정된 뒤 이 대형 태극기를 뗀 뒤 함께 맞잡고 체육관을 돌아 만원 관중의 뜨거운 박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성우 코치는 "금메달은 따 각국의 견제가 집중될 것이 뻔한 만큼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면서 "내년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만큼 더욱 강한 팀을 만들어 상승세를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선수단은 여독이 채 풀리기도 전에 이날 바로 울산으로 내려가 전국체전에 출전할 예정이다.


(영종도=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