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동북부 인도 국경 인근에서 8일 오전 발생한 리히터 규모 7.6의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3만명으로 추산되는 등 시간이 갈수록 피해가 늘고 있다. 파키스탄 정부가 이날 자로 3일 간의 국가적 애도 기간을 공포한 가운데 타리크 파푸크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노동통신장관은 9일 이번 강진으로 인한 카슈미르 지역 사망자가 3만명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CNN은 파키스탄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인용, 확인된 사망자 수는 1만명이라고 보도한데 이어 파키스탄 내무부는 이날 오후 현재 확인된 사망자가 최소 1만9천600명에 이르렀다며 이를 정정했다. 앞서 샤우카트 술탄 파키스탄 군 대변인은 이번 지진에 따른 파키스탄내 사망자가 1만8천20명이 넘고 부상자는 최소 4만1천명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 민영 아즈(Aaj) TV는 자료 출처는 공개하지 않은 채 파키스탄령 카슈 미르와 파키스탄 북서부 지역의 사망자가 2만5천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또 이번 지진으로 인도령 카슈미르 지역에서도 최소한 500여명이 사망했으며, 인근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인도 및 아프간 관계자들은 밝혔다. 유엔과 미국, 유럽연합(EU), 한국 등 세계 각국은 긴급 복구자금을 지원하고 구 조팀을 파견키로 하는 등 구호 및 피해복구를 위한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최대 피해지역인 카슈미르는 폭 100㎞의 지역이 완전히 무너진데다 구조장비 부족과 악천후, 도로와 통신망의 두절 등으로 구조작업이 지연되면서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 규모ㆍ파장 = 미국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지진의 강도를 리히터 규모 7.6, 일본 기상청은 7.8이라고 각각 측정했다. USGS는 "발생 위치와 규모로 볼 때 상당한 인적, 물적 피해를 유발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진원지가 비교적 얕아 피해 지역이 넓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진원지는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북동쪽으로 95㎞, 인도 잠무 카슈미르주 스리나가르에서 북서쪽으로 125㎞ 떨어진 곳의 지하 10㎞ 지점이다. 이번 지진은 충격파가 워낙 커서 아프간에서도 수도 카불과 바그람의 미군 기지와 인도 카슈미르는 물론 뉴델리 근교에서도 진동이 감지됐고 방글라데시에서도 일부 지역의 건물이 흔들렸다. 특히 최초 지진 발생 이후 지금까지 45차례의 여진이 계속된 가운데 이날 오후 1시30분께(한국시각 오후4시30분) 진도 6의 강력한 여진이 다시 일어났다고 파키스탄 기상청장은 밝혔다. 이에 따라 주민들이 옥외로 다시 대피하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으며, 추가 피 해가 우려된다고 파키스탄 관리들이 전했다. ◇ 피해 규모 = 파키스탄 정부에 따르면 파키스탄령 카슈미르의 행정수도인 인구 12만5천명의 무자파라바드와 바그, 라왈라콧 마을, 노스웨스트 프런티어주 등의 피해가 극심했다. 이들 지역 관리들은 "마을이 몽땅 쓸려내려가 니룸 강이 막혔다"고 말했으며 현지 소식통들은 이들 지역이 폭 100㎞의 `건물 잔해더미의 바다'로 바뀌었다고 참상을 전했다. 노스웨스트 프런티어주 만세라의 한 여학교 건물 붕괴현장에서는 학생 사체 250구가 발견됐고 다른 학교들에서도 어린이 수십명의 사체가 나왔다. 민영 TV들은 일본인 2명을 포함해 사망자들이 확인되고 있다고 보도했으며 부상 자들이 피를 흘리며 구조되는 모습도 방영했다. 이슬라마바드에서는 19층짜리 빌딩 일부 등이 무너져 사상자가 엄청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라발핀디에서도 학교 한 곳이 무너져 어린이 최소 2명이 숨졌고 훨씬 남쪽인 라호르에서는 시장 건물이 무너져 수백명이 매몰됐다. 그러나 이번 지진의 최대 피해 지역인 카슈미르와 노스웨스트 프런티어는 접근 이 쉽지 않은 오지인데다 통신망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정확한 피해 규모는 시간 이 더 지나야 파악될 것으로 보인다. ◇ 파키스탄 정부 대책 =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이슬라마 바드의 아파트 붕괴 현장을 둘러본 뒤 군과 지방정부에 철저한 대책을 지시했다. 그는 이번 지진을 "국가에 대한 일종의 시험"이라고 규정하고 총리실 산하에 대 책본부와 구호기금을 설치하는 한편 군과 지방정부에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피 해지역 구호 및 구조작업에 나서라고 말했다. 이에 총리실은 지진 피해자들에게 10억루피의 구호자금을 지원키로 했으며 파키 스탄 군당국은 MI-17 헬기 10대를 긴급 투입해 구조활동에 나섰다. 그러나 피해규모가 엄청난데 비해 구조장비는 턱없이 부족해 구조대원들이 막대 기와 맨손 등을 이용해 잔해제거에 나서고 있어 구조작업은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파키스탄 외무부는 신속한 구조활동을 위해 외국의 구조활동 지원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우리 인력은 충분하지만 더 많은 의약품과 천막, 헬리콥터 등의 장비와 함께 비극적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한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국제사회의 구호 지원을 호소했다. ◇국제사회 지원 = 강진 희생자들에 대한 구호작업이 장비 부족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날부터 세계 각국의 물적, 인적 지원도 본격화됐다. 영국은 파키스탄 당국에 1차 지원금으로 10만파운드(약 1억8천만원)를 보낼 예정이며 소방대원 60명으로 구성된 수색.구조팀이 피해 지역으로 파견됐다. 프랑스, 터키, 그리스, 스위스 등 다른 유럽 국가들도 추가 구조팀을 파견할 예 정이며, 지진 발생이 잦은 일본은 재해 대처에 능숙한 경찰 및 재난관리당국, 해안경 비대 특수 인력 50명으로 구성된 긴급구조팀을 파견했다. 유럽연합(EU) 인도지원사무국도 EU에 즉각 쓰일 수 있는 긴급지원금 300만유로( 약 38억원)가 준비돼 있다고 밝혔고 아일랜드는 100만유로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은 남부 상업도시 카라치에서 북쪽 피해 지역으로 구호 물 자를 실은 트럭을 보낸데 이어 추가 지원이 필요한지 결정하기 위해 평가팀을 파견했다고 말했다. 이미 초기 의료 및 구호 작업에 쓰일 38만달러를 제공한 호주도 추가 지원 의사를 밝혔다. 이에 앞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이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민은 지진으로 인한 희생자에 대해 가장 깊은 조의를 표한다"며 "1차 지원작업이 진행중이며 필요시 추가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언 크로커 파키스탄 주재 미국대사는 미국이 10만달러의 복구자금을 지원했 다고 소개했다. 우리나라 정부도 빠르면 이날 밤 구호물자와 함께 긴급구호팀을 파견한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정부는 10여명으로 꾸려진 한국국제협력단(KOICA) 긴급 재난구호팀을 오늘 밤이나 내일 중으로 파키스탄 사고현지에 파견할 방침"이라며 "의약품 등 수t 가량의 긴급구호물자도 함께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구호팀과 구호물품을 추가로 보내는 방안도 향후 상황을 봐가며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별도로 행정자치부도 119 구조대의 파견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샤우카트 아지즈 파키스탄 총리는 세계 각국의 지원 제공에 고마움을 표시했고 파키스탄 외무부도 외국의 지원 제공이 절실하다며 환영했다. ◇ 한인피해 없어 = 이번 지진으로 인한 한국인 피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키스탄 주재 한국대사관의 김경용 참사관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피해지역 에 직원을 직접 보내 확인하고 현지 경찰과 정보당국에도 수소문한 결과 한인 피해 는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뉴델리 주재 한국대사관의 차창순 영사도 "인도령 카슈미르에도 한국인 2명이 거주하고 있지만 모두 무사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에는 주로 상업지역인 카라치와 라호르를 중심으로 350여명의 교민들이 있으며 인구 70만명의 수도인 이슬라마바드에는 대사관 직원과 선교사 등 일부 주재원만 거주하고 있다. (뉴델리=연합뉴스) 정규득 특파원 wolf8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