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토털사커였다. 닻을 올린 아드보카트호의 키워드는 예상대로 '압박'이었다. 딕 아드보카트 축구대표팀 감독은 9일 파주 NFC(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사흘째 훈련 도중 연습경기를 지휘하면서 연방 '스테이, 스테이(자리를 지켜라)'를 외쳤다. 상대가 반격에 나설 때 순순히 뒷걸음질치지 말고 미드필드부터 강하게 압박하라는 뜻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태극전사들이 좋은 움직임을 보일 때면 어김없이 '굿 트라이'와 '오케이'를 외쳤고 약간 꾸물거리면 경기를 중단시킨 뒤 뭔가를 끊임없이 주문했다. 첫 날 훈련에서 팔짱을 끼고 말없이 플레이를 지켜보던 '작은 장군'은 하나씩 선수들을 파악한 듯 '정환, 무브(움직여)'라고 소리치는 등 이름도 부르기 시작했다. 이천수(울산)는 "슈팅을 날리면 곧바로 백(수비)을 신경써야 한다"고 했고 박주영(FC서울)도 "감독님은 강한 걸 원한다"며 압박의 강도를 전했다. 이날 훈련에서 아드보카트호는 전날과 비슷하게 스리톱 라인을 박주영(왼쪽)-이동국(가운데)-박지성(오른쪽)으로 가동하고 조끼를 입은 B팀은 이란을 가상한 듯 4-4-2 포메이션으로 배치했다. B팀에서는 안정환(FC메스), 이천수가 투톱을 섰고 A팀의 중앙 미드필더진은 젊은 피 백지훈(FC서울)과 김두현(성남)이 맡았다. 스리백 라인은 매일 매치업을 바꿔가며 선수들의 적응력을 시험했다. 소집 전 부상으로 K리그에서 한동안 결장했던 정경호(광주)는 이날 허벅지 근육 통증으로 연습경기 도중 전열에서 제외됐다. NFC에는 또 전에 없던 구조물이 하나 들어섰다. 아드보카트 감독의 사전 제작 요청으로 훈련장 센터라인 측면에 3층짜리 철제 망루가 세워졌고 아드보카트 감독은 직접 구조물에 올라가 선수들의 움직임을 '높은 곳에서 폭넓게' 관찰할 방침이라고 한다. '아드보카트식 군기 잡기'도 계속되고 있다. 첫 날 승용차를 몰고오지 말라는 엄명으로 선수들을 휘어잡은 아드보카트 감독은 모든 미팅과 훈련에 '10분전 도착'을 원칙으로 하고 1분이라도 늦을 경우 10만원의 벌금을 내도록 했다고 대표팀 관계자는 전했다. 이 조치에는 선수와 코치, 스태프 모두 예외가 없다. 또 선수들이 식사시간 및 선수단 미팅, 이동을 전후해 외부와 휴대폰으로 통화하는 것도 철저히 막기로 했다. 자유시간에 가족과 통화하는 것은 허용하지만 단체생활을 할 때는 오로지 팀에만 집중하라는 뜻이다. (파주=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