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위를 놓고 형사사건으로 번지면서 미술계 최대의 위작 논란을 불러왔던 이중섭ㆍ박수근 화백이 그렸다는 일부 작품에 대해 검찰이 전문기관의 감정 결과를 토대로 `위작'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 화백 등이 그렸다는 작품을 2천여점 넘게 소유하고 있던 김용수 한국고서연구회 명예회장 측은 감정 방식 등에 이의를 제기하며 판정에 불복, 항고할 방침이어서 진위를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는 7일 이중섭 화백의 차남 태성씨가 "부친 유작에 대해 가짜 의혹을 제기했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한국미술품감정협회 소속 감정위원들에 대해 `혐의 없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박수근 화백 그림 진품 여부를 둘러싸고 장남 성남씨가 `박 화백의 그림 200점을 보관하고 있다'고 말한 김 명예회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과 김 명예회장이 성남씨를 무고로 맞고소한 사건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이날 중간수사결과 발표에서 김씨 등으로 부터 제출받은 이중섭 화백의 작품이라는 그림 39점과 박수근 화백의 작품이라는 그림 19점 등 58점을 국ㆍ공립 전문기관 3곳에 안목감정을 의뢰한 결과 모두 위작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고소 사건 처리 결과에 대해 "감정 결과를 볼 때 위작이라고 주장한 미술품감정협회 감정위원들이나 실제 화가이기도 한 박 화백의 아들에게 범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대학교수와 화가, 화랑대표 등 이중섭ㆍ박수근 화백 작품에 일가견이 있는 전문가로 구성된 이들 감정기관의 위원 16명은 안목 감정에서 58점 모두 위작으로 판정했다. 검찰은 또 58점 중 3점을 추출, 모 대학 연구소에 의뢰해 작품의 종이에 함유된 방사성 탄소 함유량을 통한 제작 연도를 추정한 결과 박수근 화백의 작품 1점이 종이가 그림에 표시된 제작 연도보다 나중에 만들어진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검찰은 그림에 기재된 작가 서명도 기존 진품의 서명과 비교해 볼 때 연필로 강하게 덧그려 불균형적인 굴곡이 많고 표준품 서명과 운필의 특징, 기재 방법이 같은 필법으로 작성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제출받은 소장품을 사진 촬영해 유형별로 분석한 결과 절반 이상의 작품이 기존 작품의 일부분을 발췌해 하나의 독립된 작품으로 제작된 것으로 보였고 똑같은 그림이 많게는 10점이 넘는 경우도 있어 서로 다른 화풍의 두 화가 작품이 동일한 제작 유형을 보이는 등 의심스러운 부분도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김 명예회장 등이 소장한 작품 2천740점을 압수했지만 이 사건 관련자들이 위작에 직접 관여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으며 위작범에 대한 수사는 향후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 명예회장 측 대리인인 신봉철 변호사는 검찰 결정에 항고 의사를 밝히면서 "이해 당사자일 수 있는 감정위원들의 안목 감정 결과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고 일본, 외국의 감정 기관에 다시 감정을 의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존 작품을 떠서 다른 그림을 그리는 것은 이중섭 화백의 제작 방식으로진품의 영역"이라며 "2천740여점의 작품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이광철 기자 freemong@yna.co.kr mino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