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분당에 사는 김성철씨(무역업·44)는 지난달 처음 청주공항을 이용, 중국 상하이에 다녀온 뒤부터 지금은 매주 한 번꼴로 청주공항을 찾고 있다. 중국 물품 수입 사업이 별 이익을 내지 못해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그는 "왕복 비행기 삯이 15만원가량 싼데다 출국수속도 1시간 이내에 끝나 좋다"고 말했다. 청주공항이 뜨고 있다. 인천공항보다 수속이 빠른데다 이용료도 싸다는 입소문이 국내외로 확산되면서 이용객이 크게 늘고 있다. 2000년 이후 이용객 증가율이 연평균 11.8%에 이르고 있고,일일 평균 탑승률도 75%대를 넘나들고 있다. 더구나 지난달 말 취항한 한성항공(청주~제주)이 80∼90%의 탑승률을 보이면서 가속이 붙은 상황이다. 한국공항공사 청주지사 정연문 대리는 "1997년 개항 후 30만명대 벽에 막혔던 연간 이용객 수가 지난해 82만1259명으로 갑절 이상 늘었다"며 "올해 90만명,내년엔 100만명을 돌파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특히 개항 직후 전 노선이 취소되는 등 수모를 겪었던 국제선 이용객이 3만1454명(429편)에서 7만7158명(916편)으로 145%나 증가했고,올해도 8월까지 작년 동기 대비 18.3%의 꾸준한 여행객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중국 동방항공과 남방항공이 최근 운항편수를 2배씩 늘린데다,필리핀(마닐라) 대만(타이베이) 등 동남아 관광객들을 태운 부정기 노선이 그동안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이달 말부터 중국 창사 지역 취항(주 5회)이 예정돼 있고,10월부터는 필리핀 마닐라와 중국 하이난지방 정기노선 취항도 추진중이다. 가격 부담이 적다는 점에 매료된 수학여행객과 중국 보따리 상인 등 단체 승객이 주 고객이지만,최근에는 '가깝고 싸다'는 장점이 분당 수원 용인은 물론 서울 강남지역까지 알려지면서 원정이용객도 증가하고 있다. 몰락의 길을 걷던 청주공항이 살아남게 된 계기는 '외환위기 여파로 인한 승객 감소로 폐쇄될지 모른다'는 위기 의식이었다. 공항공사 최영철 청주지사장은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다보니 협력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심지어 새벽 6시 도착하는 중국 비행기를 덜컥 유치해 놓고 한 달 동안 직원들이 새벽 5시 출근을 한 적도 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행정중심복합도시나 오송과학단지 개발 등 초대형 호재를 활용하기 위해 연계교통망을 확보하는 등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청주공항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접근하기에는 여전히 불편한 곳이다. 국제선 이용객 추가 확대에도 한계가 없지 않다. 충북대 도시공학과 박병호 교수는 "국제선을 배정해주는 항공정책에 따라 지방공항의 성패가 좌우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당국의 정책적 판단이 무엇보다 관건"이라며 "국토의 중앙이라는 장점을 살려 컨벤션센터 호텔 등이 집적된 '에어로폴리스(공항도시)'로의 개발도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청주=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