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전 7시30분 충북 청주시 내수읍 입상리 청주국제공항.1층 스낵코너 종업원 이기자씨(42·여)의 손길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첫 출발편인 아시아나 제주행 비행기의 8시 출발을 앞두고 손님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처음 입주했던 5년 전만 해도 커피를 하루 100잔이나 팔았을려나? 하여튼 지금은 400∼500잔씩 파니까 엄청 나아진 거죠." 이씨는 "금요일에 왔으면 정말 정신 못 차리게 바쁜 모습을 볼 수 있을 텐데…"라고 혼잣말을 한 뒤 잽싸게 커피 물을 올렸다. 오전 7시50분 탑승시간.2층 탑승대기실은 수백명의 승객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뒷줄에 있던 정태원씨(64·대전시 동구 효동)는 "동선(動線)이 짧고 수속이 빨라 잠깐만 서 있으면 된다"며 '여유'를 부렸다. 호우주의보에도 불구하고 160개 좌석을 모두 채워 이륙한 아시아나에 이어 8시15분에 출발한 대한항공 제주행 비행기도 만석(188개)을 기록했다. '실패한 국책사업'이란 꼬리표가 따라붙었던 청주국제공항이 중부권 거점공항으로 부상하고 있다. 2000년 이후 이용객 증가율이 연평균 11.8%에 이르고 있고,일일 평균 탑승률도 75%대를 넘나들고 있다. 더구나 지난달 말 취항한 한성항공(청주~제주)이 80∼90%의 탑승률을 보이면서 가속도가 붙은 상황이다. 한국공항공사 청주지사 정연문 대리는 "97년 개항 후 30만명대 벽에 막혔던 연간 이용객 수가 지난해 82만1259명으로 갑절 이상 늘었다"며 "올해 90만명,내년엔 100만명을 돌파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가격 부담이 적어 수학여행객과 중국 보따리 상인 등 단체 고객이 주 고객이지만,최근에는 '거리상 인천공항보다 가깝다'는 장점이 알려지면서 분당 수원 용인은 물론 서울 강남지역에서 오는 원정객도 늘어나고 있다. 중국 상하이행 비행기를 기다리던 김덕용씨(38·서울시 역삼동)는 "왕복 비행기삯이 15만원가량 싼 데다 주차도 편리해 인천쪽이 막히거나 급할 때 주로 이용한다"고 말했다. 몰락의 길을 걷던 청주공항이 변화된 계기는'폐쇄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었다. 한국공항공사 최영철 청주지사장은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다보니 협력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심지어 새벽 6시 도착하는 중국 비행기를 덜컥 유치해 놓고 한달 동안 직원들이 새벽 5시 출근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중국 베이징공항이 '한 수 배우겠다'며 공항관계자들을 현지로 초청,브리핑을 받기까지 했다. 그러나 행정중심복합도시나 오송과학단지 개발 등 초대형 호재를 활용하기 위해 연계교통망을 확보하는 등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청주공항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접근하기에는 여전히 불편한 곳이다. 충북대 도시공학과 박병호 교수는 "국토의 중앙이라는 장점을 살려 컨벤션센터 호텔 등이 집적된 '에어로폴리스(공항도시)'로의 개발도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청주=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