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복지 시스템 운영과 수혜자 관리에 허점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가 생계를 책임지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 가운데 지난 5년 동안 500번 이상 해외를 드나든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자나 배당소득으로 연간 수십억원을 벌면서도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돼 건강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은 경우도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은 2000년부터 2006년 9월까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148만여명의 출입국 기록을 확인한 결과 모두 8만2244명이 해외를 오간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심지어 이 기간 중 해외출입국 횟수가 520회에 달하는 경우를 비롯해 100회 이상 외국을 드나든 사람이 모두 85명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김근태 복지부 장관은 "100차례 이상 해외를 오간 대상자를 파악해보니 당일 출국,당일 귀국자가 많은 것으로 미루어 상당수가 보따리상으로 잠정 추정된다"며 "보따리상이라 하더라도 소득이 기초생활수급자 기준보다 높은 경우가 많을 공산이 커 소득파악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게 타당한 지적"이라고 답변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란 월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4인가구 기준 113만원)에 못미치고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능력이 없는 빈곤층이다. 국가는 이들에게 연간 4조3561억원을 들여 주거·생계·의료 등을 보조하고 있다. 박 의원은 "정부의 소득파악 능력이 허술한 탓에 복지정책이 허술하게 집행되고 결과적으로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이에 앞서 전재희 의원(한나라당)은 전날 연간 배당 소득만 76억원에 달하는 대기업 총수 부인을 포함해 1억원 이상 불로소득을 올린 1701명이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재돼 건강보험혜택을 무료로 받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직장가입자에 의해 주로 생계를 유지하는 자로서 보수 또는 소득이 없는 자'에게 피부양자 자격을 주고 있다. 하지만 복지부의 '피부양자 인정기준 고시'는 '사업자등록증이 없는 경우 사업소득과 임대소득 연간 합계액이 500만원 이하인 자'로 한정돼 이자소득이나 배당소득이 있을 경우엔 얼마든지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 이 결과 이자소득이나 배당소득이 수십억원에 달해도 건강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고 건강보험 혜택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지난해 500만원 미만의 소득을 신고한 8만6883명은 지난 3월 피부양자에서 탈락됐다. 사업자 등록증이 있어 소득이 1만원이라도 생기면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되는 까닭이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