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이 뒤숭숭하다. 대한축구협회가 지난 2일 기술위원회에서 한국축구를 2006독일월드컵 본선 무대로 인도할 '7인의 후보'를 압축한 뒤 '내정설', '괴담', '유력설', '제3의 후보 급부상설' 등 차기 감독 인선을 둘러싼 각종 설(說)이 끊임없이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위원회는 다음 회의에서 차기 감독을 확정할 때까지 철저한 비공개.잠행 원칙을 고수하겠다고 공언했고 7명의 후보는 차기 사령탑 확정 이후에도 끝까지 공개하지 않겠다는 말도 했다. 현재 축구계 안팎에서 나도는 '3대 설(說)'은 '포터필드 내정설', '포크츠 유력설', '아드보카트 부상설'로 요약된다. 이안 포터필드(59.스코틀랜드) 부산 아이파크 감독을 이미 내정해놓고 '껍데기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설은 기술위 회의를 열기 전부터 대두됐다. 대한축구협회 정몽준 회장과 부산 구단의 모기업인 현대산업개발의 관계를 감안하면 현직 프로팀 감독이지만 대표팀으로 충분히 끌어올릴 수 있고 축구협회 고위층이 후보군 명단에서 빠져있던 포터필드 감독을 끼워넣으라는 지시를 했다는 추측까지 더해지면서 힘을 얻었다. 포터필드 감독은 "공식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는 말로 섣부른 추측을 일축했지만 일각에서는 대표팀 사령탑에 관심을 표시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포터필드 감독으로서는 당장 오는 14일과 21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전이 목전에 다가와 '내 코가 석자'인 상황이다. 베르티 포크츠(59.독일) 감독이 유력하다는 논리는 90-98년 독일대표팀 감독을 지낸데다 분데스리가 명문 바이엘 레버쿠젠과 쿠웨이트, 스코틀랜드 사령탑을 맡은 화려한 경력에서 기인한다. 기술위가 감독 후보군 선임의 잣대로 삼은 메이저대회(월드컵.대륙선수권) 성적표와 선수 장악력, 세계축구 흐름에 대한 정보수집력 등 여러 기준에서 다른 후보들과 달리 '빠지는 구석'이 거의 없다는 점도 한몫했다. 더구나 월드컵 개최지를 감안하면 독일인이 아무래도 유리하다는 점과 일부 에이전트를 통해 이미 '원서'를 냈다는 정황까지 맞물려있다. 지난 주말부터 불거진 딕 아드보카트(58.네덜란드) 감독 급부상설은 히딩크호 4강 신화의 도우미인 핌 베어백(48) 코치와 호흡을 맞췄다는 사실에다 네덜란드 축구와의 인연을 계속 이어간다는 말이 흘러나오면서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을 두번이나 역임하고 PSV에인트호벤 등 프로팀 경력도 화려한 아드보카트 감독은 '황소 고집'으로 알려져 있지만 카리스마 면에서는 강점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은 현재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대표팀 사령탑을 맡고 있어 데려올 경우 상당한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중동 축구전문사이트 '미들이스트풋볼닷컴'에 따르면 아드보카트 감독은 오는 23일 쿠웨이트, 오만, 이란 중 한팀과 평가전을 치르기로 하고 리그 경기를 집중 관전하면서 국내파 선수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오는 11월 브라질과의 평가전까지 예정돼 있는 UAE 대표팀의 전력 향상을 위해 세밀한 소집 일정까지 잡아놓고 있다. 다른 나라 사령탑에 관심이 있는 감독의 행보로 보기에는 어려운 면이 여러군데서 발견되고 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포터필드든, 포크츠든, 아드보카트든 7명의 후보군에 들어있는 지 여부를 절대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축구협회가 아무리 빨라도 추석 연휴(17-19일) 직전에야 차기 감독을 정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져 '제4의 설'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