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학기부터 서울 초·중·고교가 전면 시행하는 서술형·논술형 학업성취도 평가의 출제 방향과 교육인적자원부의 대입 논술 가이드라인이 상충돼 교사와 학생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31일 교사들에게 배포한 '논술지도 매뉴얼'에는 교육부 논술 가이드라인이 금지하고 있는 영어지문 등이 포함된 논술문제가 수록돼 있었다. 교육부가 이번 논술 가이드라인을 급하게 내놓으면서 시교육청과 충분한 협의를 못해 발생한 일로 일선학교의 학생 지도에 큰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교육청측은 이에 대해 "영어지문이 포함된 부분을 제외하면 교육부 가이드라인과 상충되는 부분이 없다"며 "조만간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을 반영하는 읽기자료 등을 추가로 발간하는 등 새 제도에 맞춰 논술 지도용 참고자료를 보완하는 작업을 벌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6월 시교육청이 서울시내 초·중·고교에 올 2학기부터 서술·논술형 문항 비중을 30%선으로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학업 성취도 평가 시행지침서를 전달했는데,이 지침서와 함께 배포된 예시문항 자료집에도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이 금지하고 있는 형태의 영어 수학 과학문제가 수두룩했다. 한마디로 시교육청이 권장한 내신시험문제가 대학별 시험에서는 '금지문제'가 된 셈이다. 이로 인해 영어 수학 과학 등을 가르치는 일선 교사들은 학생 지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생들에게 대학별 (논술)시험을 잘 보려면 중간고사나 기말고사에서도 영어작문을 해보고 수학의 풀이과정도 해봐야 한다고 가르쳐왔는데,교육부의 가이드라인으로 인해 대학별 출제 원칙이 바뀌게 돼 학생들한테 할 말이 궁해졌다"는 게 교사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성보고등학교의 양진승 교사(영어)는 "시험의 종류와 목적이 다르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출제원칙의 일관성이 없어진 것은 분명하다"며 "앞으로 교사들은 수능과 연계할 수 있는,지식을 묻는 단순한 서술형 문제만 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교육청 중등교육과 관계자는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은 종합적인 사고력을 측정하는 대입 논술시험에 대한 지침인 반면 시교육청의 성취도 평가 예시문항은 교과과정을 얼마나 이해했는가를 확인하는 문제 유형을 나타낸 것"이라며 "서로 다른 시험을 연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육부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고 해서 논술·서술형 성취도 평가 시행 방침을 변경할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 ◆서울시 교육청의 학업성취도 평가 예시문항 ▷둘레의 길이가 인 부채꼴 중에서 그 넓이가 최대인 것의 반지름의 길이와 그때의 중심각 크기를 구하시오. 풀이과정을 쓰시오. ◆교육부가 대학별 시험에서 출제를 금지하고 있는 수학·과학과 관련한 풀이의 과정이나 정답을 요구하는 문제 ▷x에 관한 이차방정식 x²-2ax+2a²-8=0 이 적어도 한 개의 양의 실근을 갖도록 하는 실수 a의 범위를 구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