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문제를 전공하는 원로교수들이 '우리나라 노동운동 이대로 좋은가'라는 제하의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요즘 우리 노동계가 얼마나 정상궤도에서 일탈(逸脫)해 있는지 선명히 보여준다. 오죽했으면 원로교수들까지 나섰겠는가. "노동운동이 정치투쟁과 조직 이기주의에 빠져 있다"고 지적하면서 "몰(沒) 현실적 이데올로기를 버리고 실사구시(實事求是) 노동운동을 하라"고 충고하는 학자들의 고언(苦言)을 노동계는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사실 강경일변도로만 치닫는 요즘의 노동운동 행태는 이만저만 우려되는 것이 아니다. 일반국민들로선 납득하기조차 힘든 무리한 주장을 내세우다 자신들의 뜻이 관철되지 않았다 해서 정부와의 대화를 단절하고 노동부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 등은 도저히 말이 안된다. 심지어 정부를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힘들게 유치한 국제노동기구(ILO) 아ㆍ태(亞ㆍ太)지역 부산총회를 무산시키면서 국가적 망신까지 자초했으니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다. 특히 근로자들의 권익을 대변할 의무를 지닌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를 비롯한 각종 노동관련 위원회를 스스로 탈퇴한 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정치적 이유 때문에 각종 정책에 노동계의 의견을 반영할 기회를 스스로 내팽개친대서야 말이 되겠는가. 원로교수들이 "양 노총의 지도부는 과연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투쟁하고 있는가,아니면 노동조합이라는 거대 조직을 이용해 정치권에 진입하겠다는 의도인가"라고 묻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노ㆍ정 관계의 대립과 파행이 길어지면 결국 피해를 보는 건 근로자들이다.이는 최근의 '2005년 최저임금' 결정 과정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당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勞)측 대표들이 퇴장한 탓에 사(社)측 안(시간당 3100원으로 9.2% 인상)이 채택되면서 공익위원들의 조정안(11.2% 인상)은 무용지물이 됐다. 그렇지 않아도 어렵게 살아가는 최저임금 근로자들이 월 1만4000원씩이나 손해를 본 것이다. 노동계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강경일변도 투쟁노선을 하루빨리 접고 대화와 타협의 자세로 돌아와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실사구시 노동운동을 통한 고용기회의 창출"이라는 원로 교수들의 충고를 겸허히 받아들여 즉각 실천에 옮겨야 한다. '그들만의 노동운동'은 더이상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