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늘 2002년의 성과만 놓고 비교한다. 후임 감독에겐 스스로를 증명해낼 수 있는 기회를 줘라." 지난 23일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난 요하네스 본프레레(59) 감독이 25일 밤 '본프레레 사퇴, 한국축구의 앞날은'이란 주제로 방송된 MBC '100분 토론'과의 인터뷰에서 사임 배경을 밝히며 후임 감독에 대한 조언도 전했다. 그는 4강 성적을 거둔 2002 월드컵대표팀을 비교 기준으로 삼고 경기 결과만을 중시하는 여론 때문에 더 이상 감독직을 이어갈 수 없었다면서 2002년과의 절대 비교는 부당하며 후임 감독에게는 그의 능력을 끌어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줄 것을 당부했다. 본프레레 감독은 "자진 사퇴인지 경질인지 내 말을 믿고 안 믿고는 상관없다"면서 "지난 17일 사우디아라비아전 패배 이후 사임을 결정했다. 현 상태로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좋은 팀을 만들기 위한 지원이 없었다"고 일단 대표팀에 대한 뒷받침의 부족을 아쉬워했다. 그는 "선수들의 컨디션을 끌어올릴 시간이 없었다"면서 "2002년엔 6개월의 준비기간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매 경기 최대 4일 정도 밖에 주어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특히 "나는 대표팀 감독을 맡아 짧은 시간에 새로운 선수들로 팀을 구성하면서 동시에 월드컵 예선을 치러야만 했다. 시간만 충분했다면 더 좋은 성적을 거뒀을 것이다. 하지만 언론은 우리 팀이 2002년과 다른 팀이라는 걸 간과했다"고 말했다. 본프레레 감독은 이어 "신인들을 발굴해 새로운 팀을 구성하는 첫번째 목표와 월드컵 1차예선 및 최종예선 통과라는 두번째, 세번째 목표를 모두 이뤘다. 이젠 본격적으로 팀을 조련해 나갈 때인데 여론, 특히 서포터스까지 비난하고 나서 차라리 지금이 그만 둘 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언론은 축구 전반을 보지 않고 결과만을 중시했다. 갈수록 비난이 심해지고 거기에 서포터스까지 합류, 사우디아라비아전처럼 또 다시 패한다면 너무 늦을 것이라 판단했다"는 것이다. 본프레레 감독은 후임 감독과 관련, "한국 대표팀 감독직은 유지하기가 어려운 자리라는 데 동의한다. 한국 국민과 축구협회, 기술위원회 모두가 2002년 성과만을 기준으로 비교한다. 새롭게 구성된 대표팀에는 스스로를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신임 감독에게도 모두가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2002년은 모두 과거 일이다. 그 때와의 비교는 부당하다. 유럽에선 이전 감독과 비교, 거론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데 이런 일이 한국에선 벌어지고 있다. 감독, 선수 모두에게 무거운 짐만 될 뿐"이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엔 박병주 한국축구지도자협의회 총무, 김강남 서형욱 해설위원, 정윤수 축구평론가 등이 참석했으며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은 출연하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