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유니버시아드가 아니었다. 경기력이 상당히 향상됐다" 21일 터키 이즈미르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린 2005 하계유니버시아드에 참가한 일선 지도자들은 한결 같이 높아진 경기 수준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이전에는 스포츠를 통한 전세계 대학생들의 화합의 잔치라고만 여겨졌던 유니버시아드가 이번 대회에는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대거 참가하면서 치열한 레이스를 펼쳤다. 2001년 베이징대회와 2003년 대구대회 때는 중국이 각각 41개, 52개의 금메달을 독식하는 체제였지만 이번 대회는 독주 없이 8개 국가가 금메달을 10개 이상의 금메달을 나눠 가졌고 관심을 갖지 않던 유럽국가들도 메달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이처럼 이번 유니버시아드의 경기 수준이 높아진 것은 유럽에 인접한 터키에서 열렸다는 점과 2004아테네올림픽이 끝난 뒤여서 각국 대표팀들의 전력 노출 위험이 없었다는 점에 기인한다. 또한 각국의 경쟁도 치열해 당초 대회조직위원회에서는 국가별 메달 집계를 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각국 선수단의 요청 때문에 대회 개막 3일만에 조직위 홈페이지에 메달 집계를 공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금메달 15개 이상 획득으로 종합 5위안에 진입하려던 한국 선수단은 목표 달성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전통의 강세 종목인 양궁이 금메달 4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로 정상의 자리를 지켰을 뿐 메달 박스였던 레슬링과 태권도에서는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이같은 부진 속에서도 펜싱, 육상, 수영에서 값진 기록과 메달이 나와 2006 도하아시안게임과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선전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여자펜싱의 선전= 펜싱에서는 세계 1,2위를 다투는 정상급 선수들이 대거 출전해 경기 수준면에서 세계선수권이나 올림픽을 연상케 했다. 이같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여자펜싱이 금메달 1개와 은메달 2개를 따낸 것은 주목할 만하다. 여자플뢰레의 이혜선(22.한국체대)은 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 마게리타 그람바시(이탈리아)를 꺾고 금메달을 따냈고 단체전에서도 강호 중국과 헝가리를 잇따라 물리치고 결승까지 진출하는 선전을 펼쳤다. 또한 아직까지 선수층이 빈약한 여자사브르에서도 김금화(23.익산시청)가 랭킹 5위 엘레나 네카에바(러시아)를 꺾고 결승에 오른 뒤 랭킹 12위인 소피아 벨리카야(러시아)에 아깝게 금메달을 내줬다. ◇수영, 육상의 소중한 기록과 메달= 수영의 성민(23.한국체대)은 남자배영 50m에서 25초59의 기록으로 한국 신기록과 함께 은메달을 따낸 데 이어 접영 50m에서도 24초62로 한국 신기록을 작성, 최근 한국수영계의 상승세를 입증했다. 특히 성민은 조로(早老)현상이 일반적이던 한국 수영계에 몸관리만 철저히 한다면 언제든지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다는 모범을 보여줬다. 육상에서는 이은정(24.목원대)이 여자하프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땄고 남자 20㎞ 경보에서는 김현섭(20.경원대)이 은메달을 보태 침체에 빠진 육상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레슬링, 태권도의 부진 =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6㎏급에 출전한 정지현(22.한국체대)의 결승전 완패는 아무리 올림픽챔피언이라 할 지라도 정상을 지키기가 얼마나 힘든지 여실히 보여줬다. 비록 정지현은 한체급을 올린 뒤 출전한 첫 국제대회였지만 무기력한 경기 끝에 패해 앞으로 체력 보강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모두 16개의 금메달이 걸렸던 태권도에서 한국은 내심 8개의 금메달을 딸 것으로 기대했지만 5개에 그쳐 종주국의 체면을 세우기에는 부족했다. 특히 이란을 비롯해 중국, 대만, 태국 등 아시아권 선수들의 기량이 날로 향상되고 있어 앞으로 이들의 도전이 만만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참담한 성적의 구기종목= 이번 대회에서 남자 농구만이 같은 조의 스웨덴이 불참하는 바람에 1승1패의 성적으로 2라운드에 진출하는 행운을 잡았지만 남자배구와 남자축구 모두 예선에서 탈락했다. 특히 남자축구는 현지 교민은 물론 터키인들의 열렬한 응원까지 받았지만 예선전적 3패로 주저 앉은데다 거친 매너로 선수단 내부에서조차 비난의 도마위에 올랐다. 선수단의 한 관계자는 "다른 구기종목의 출전팀들의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 순수대학생만으로 구성된 한국팀으로는 앞으로 좋은 성적을 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즈미르=연합뉴스) 최태용 기자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