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의 찬 공기가 몰고 온 한파와 강설로 호주 남부의 많은 지역들이 10일 하얀 양털 담요를 뒤집어쓴 것처럼 눈으로 뒤덮였다. 이날 새벽부터 쏟아지기 시작한 눈은 빅토리아주를 비롯해 태즈메이니아주의 호바트와 호주 수도권 지역, 뉴사우스 웨일스 주 남부 산간지역에도 내렸으며 일부 산간지방은 최고 30cm까지의 눈이 쌓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도로들은 곳곳에 빙판길을 이루어 차량 통행을 어렵게 했다. 빅토리아주의 경우 낮은 지역에까지 눈이 내린 것은 지난 1986년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라고 호주 언론들은 11일 전했다. 호주 언론들은 호주 기상청의 말을 인용, 이번 기습 한파는 이례적이라며 21년 만에 처음으로 호주대륙의 가장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많은 눈발이 뿌렸다고 전했다. 이날 강설로 빙판길을 이룬 도로를 달리던 자동차가 전복되는 사고로 빅토리아주에서 2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도로가 폐쇄되고 학교가 임시 휴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또 우시장이 열린 코룸브라에서는 수백 마리의 소들이 하얀 눈을 등에 뒤집어쓴 채 떼를 지어 서 있는 모습이 장관을 연출하면서 지나가던 사람들이 좀처럼 볼 수 없는 이 광경을 카메라에 담느라 잠시 법석을 떨기도 했다. 머부 노스에 사는 한 주민은 동네가 하얀 눈밭으로 변했다며 "30년 동안 이 곳에서 살면서 눈이 내린 것을 딱 한 번 본 적이 있지만 결코 이번만큼 많지도 않았고 멋지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오클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ko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