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대상,5000원대를 맴돌던 주가,형편 없는 평가등급…. 그들은 언제부턴가 '못난이 3형제'로 그룹 내에서 온갖 눈총을 받았다. 그랬던 3형제가…."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삼성테크윈을 두고 하는 얘기다.


주식시장에서나 그룹 내에서나 다른 계열사에 비해 유난히 처지는 못난이 계열사로 지목받아 설움을 겪었지만 이젠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이들 3사는 특히 지난 상반기 그룹의 계열사 평가에서 모두 최고 등급인 'A' 평가를 받아 전직원이 150%의 특별 생산성향상 격려금까지 받아 챙겼다.


주가도 급등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외환위기 직후 그룹의 구조조정 대상이었다.


1998년 굴삭기 사업을 스웨덴 볼보그룹에,지게차 사업을 미국 클라크머티리어핸들링에 각각 매각해야 했다.


주가는 5000원 안팎을 벗어난 적이 없다.


그룹 계열사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리 만무였다.


이 회사가 절치부심해 도약을 꿈꾸기 시작한 것은 2002년.6시그마 경영 도입,원가절감,선박 건조량을 늘리기 위한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경쟁력을 길렀다.


세계 1등이 목표였다.


직원들은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2003년부터 경쟁업체와의 격차가 좁혀들자 자신감이 서서히 붙기 시작했다.


회사 관계자는 "고부가가치선인 LNG선 수주부문에서 세계 1위이던 대우조선해양 추월을 목표를 삼았다"며 "그 결과 7월 말 기준 LNG선 수주잔량이 40척으로 37척인 대우조선을 앞섰다"고 말했다.


달라진 모습에 그룹 내 평가는 좋아지고 증시 반응이 바뀌었다.


그룹의 각 계열사 경영평가에서 최근 들어 줄곧 가장 높은 A등급을 받았다.


외국인 지분율은 2003년초 14%대에서 9일 현재 43%대로 높아졌다.


주가는 3000∼5000원대 박스권을 뚫어내고 1만원을 넘어서더니 지금은 1만3850원까지 높아졌다.


삼성엔지니어링 직원들도 요즈음 신바람이 났다.


2003년 초 4000원대를 서성이던 주가가 9일 1만7200원으로,외국인 지분율은 4%대에서 30%대로 껑충 뛰어올랐다.


B~C를 오르내리던 그룹의 경영평가 등급은 지난해 하반기 A로 오는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A로 도약했다.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게 된 배경은 무엇보다 글로벌 역량 강화.석유화학 정유 가스플랜트 건설부문의 매출비중이 40%인데다 대부분 해외에서 수주해야 하는 사업구조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존 1∼2명에 불과하던 외국인 인력을 최근 20여명으로 대폭 확충했다.


플랜트 공정 및 품질관리,사업수행 관리부문 등의 우수한 인력을 선진 플랜트 업체들에서 과감하게 스카우트했다.


올 하반기 중 최대 17억달러의 해외 수주가 예상되는 것은 이런 노력이 뒷받침되고 있는 덕분.


위기감을 느낀 기존 직원들은 자기계발에 돌입해 경쟁력을 키웠다.


올들어서는 사내 독서클럽,스터디클럽 30여개가 구성돼 공부하고 연구하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회사는 직원들의 열의에 업무관련 전문서적 등의 구입비용을 지원하면서 독려하고 있다.


각 클럽이 사내 인트라넷에 올린 연구결과물중 우수한 것은 경영 아이디어로 채택해 활용하고 있다.


삼성테크윈 직원들은 과거를 떠올리기 싫어한다.


오직 2002년부터의 기억만 간직하려 한다.


적자사업인 항공과 자동화기계 부문을 과감하게 접고 기존 필름 카메라에서 벗어나 디지털카메라 부문에 주력하기 시작한 시기다.


삼성테크윈은 광디지털 부문에 연간 1000억원의 연구개발비 등을 쏟아부으면서 디지털카메라 사업에 집중했다.


디카 매출비중은 25%에 달하며 올들어 지난 5월까지 다섯달 연속 국내 디카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인 GFK코리아에 따르면 삼성테크윈의 지난 5월 시장점유율(판매대수 기준)은 26%로 캐논(15%)과 소니(14%)를 제쳤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소니 올림푸스 등과 치열한 3파전을 벌였으나 주도권 잡기에 성공한 것이다.


삼성테크윈은 오는 2007년까지 세계 톱3 디지털카메라 메이커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회사 관계자는 "변화가 체감되자 수동적이었던 직원들의 눈빛이 달라졌다"면서 "기획안 발의가 대폭 늘어나고 임금 인상안도 회사측에 일임하는 등 해보자는 열기가 뜨겁다"고 전했다.


2003년부터 완연한 흑자기조가 정착되고 그룹 계열사 평가에서 A등급을 놓쳐본 적이 없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