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구분짓는 가장 중요한 특성은 의식과 인식 능력일 텐데 배아 단계에서는 그게 발현되지 않습니다.


인격이 형성되지 않은 배아 단계는 말하자면 인간 전(前) 단계라고 봐야겠지요."


최초의 복제 양 '돌리'를 탄생시킨 영국 로슬린 연구소의 이안 윌머트 박사(60)는 지난 5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보건복지부 직원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배아연구를 둘러싼 윤리논쟁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윌머트 박사는 역시 복제와 배아 줄기세포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미국 피츠버그 의대의 제럴드 섀튼 교수와 함께 황우석 서울대 교수를 만나기 위해 최근 한국을 찾았다.


윌머트 박사는 "흔히 배아라고 하면 머리 팔 다리를 가진 태아 모습을 상상하지만 사실은 소금 한 알갱이 정도의 크기"라며 "뇌 기능 여부로 뇌사(腦死)를 판정해 생명 유지 장치를 떼어내거나 환자 장기를 다른 사람에게 이식하는 것처럼 과연 어느 시점부터 생명(인간)으로 여길 것인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토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생의 종료 시점과 더불어 생의 시작 시점에 대한 논의를 하자는 얘기다.


그는 "영국의 경우 3년 전 뜨거운 논쟁을 거쳐 수정 후 14일 이내에서는 인간배아를 대상으로 연구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












현재 루게릭병을 집중 연구하고 있는 윌머트 박사는 "현재 연구는 이상세포와 정상세포의 차이를 규명하는 수준"이라며 "우리의 연구가 신약 개발로 이어지기까지 얼마나 걸릴는지 점치기는 어렵지만 배아 줄기세포 연구는 유전질환이나 난치병 치료를 위한 기본 틀이며 이 단계를 거치지 않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