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 한불상공회의소 회장 infos@fkcci.com > 출장차 방문하고 있는 프랑스 파리는 지금 텅 비어 있다. 많은 파리 시민이 휴가를 갔기 때문이다. 프랑스 사람들은 연 평균 5주일간의 휴가를 보낸다. 근무시간(주당 35시간)은 짧은 데 반해 휴가는 긴 게 프랑스 경기 둔화의 주 요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실제로 1945~1975년 사이에 5%를 넘었던 프랑스 경제성장률은 최근 들어 2% 아래로 떨어졌다. 실업률은 10%에 달한다. 근로자들은 세금과 사회보장 비용으로 급여의 40%를 부담하고 있다. 프랑스는 저성장과 고실업에도 불구,여전히 세계 5위의 경제대국이다. 프랑스 인구보다 더 많은 7000만명의 관광객이 해마다 프랑스를 찾고 있다. 1950년 66세이던 프랑스의 평균 수명은 약 80세로 늘어났다. 이런 여건 속에서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과세 범위와 국민 복지를 향상시키는 분배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균형을 맞추느냐가 프랑스 정부의 최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도 청년실업 증가,인건비 증가,중국 등 신흥 성장국가의 위협에 처해 있는데 이는 대부분의 유럽국가가 겪었던 일들이다. 유럽의 경험은 한국의 지속적인 발전에 교훈이 될 것으로 본다. 유럽 국가들은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가면서 발전을 해왔다. 외국인 기업가들에게 한국의 장점과 자산을 꼽아보라고 질문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성취의욕,유연한 대처능력을 우선순위로 얘기한다. 한국은 외환위기를 겪은 후에도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특히 정보기술(IT) 분야를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한국의 IT 분야 생산은 국민총생산의 15%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유럽 주요 국가의 IT 생산 비중보다 2배 정도 많은 것이다. IT 분야 성장을 보면 한국이 여전히 혁신적인 자세로 희망을 만들어 가고 있으며,세계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글로벌화는 수출을 늘려가는 것뿐만 아니라 수입과 외국인 투자에 거부감을 보이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스페인과 영국 같은 나라의 수입은 수출보다 많지만 역동성 때문에 두 나라의 경제는 굳건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불가피하게 중국과 거래해야 하고 그곳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생활수준이나 소비능력 측면에서 세계 최대인 유럽 시장을 소홀히 하지 말자. 게다가 유럽은 한국 상품과 투자를 받아들이려는 데 적극적이다. 또 중국보다 기술력에 앞서 있는 한국은 유럽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맺기에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