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의 이성과 예술계의 감성이 만나면 어떤 반응을 일으킬까.


요즘 서울시립교향악단에 이런 화학반응이 진행 중이다.


촉매는 취임 한 달을 갓 넘긴 이팔성 대표(61).그는 은행원으로 출발,증권회사 대표에 이르기까지 37년 동안 금융맨으로 활동하다 서울시향 경영을 맡았다.


이 대표는 우리증권 사장 시절 은행 창구에서도 증권 거래를 할 수 있게 하는 등 공격적이고 튀는 아이디어로 5년 연속 흑자 기록을 세우며 주목받았다.


이 대표는 서울시향을 독립법인으로 만들고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대대적인 변화와 새로운 하모니를 연출해 가고 있다.


서울시향의 핵심 역량인 연주 능력을 높이기 위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노르웨이 출신의 아릴 에멜라이트씨와 태국 출신의 번디트 웅그랑시씨를 부지휘자로 영입했다.


오케스트라 단원도 90% 이상 바꿀 생각으로 한여름 더위에 아랑곳 없이 오디션이 한창이다.


지원자들은 외국인을 포함,세계 각국의 유명 음대에서 공부한 실력파들이다.


오디션 현장을 지켜보던 그는 "내가 법대 출신이기 때문에 서울시향에서 일할 수 있지 음대 출신이었다면 어림없었을 것"이라며 "음악인들이 서울시향에서 연주하는 것은 사법고시 합격보다 어려운 일"이라고 치켜세웠다.


실제로 60여년의 역사를 지닌 서울시향은 백건우,장영주 같은 세계적인 연주가들을 배출했다.


이 대표의 경영 목표는 클래식 대중화와 서울시향의 재정 자립이다.


이를 위해 그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클래식 인구를 늘려나갈 생각이다.


경영자 입장에서 80%가 넘는 서울시 재정 의존 비율을 50% 아래로 끌어내리는 것도 급선무다.


관객들이 공연을 많이 찾아야 수익성이 높아지는 만큼 그의 두 가지 과제는 서로 맞물려 있다.


음악에 관한 한 아마추어라는 이 대표는 "예술계 밖에서 보는 새로운 시각으로 서울시향에 에너지를 불어넣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홍성호 기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