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6자회담을 하루 앞둔 25일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와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부성 부상이 전격적인 만남을 갖고 북핵 문제의 포괄적 해결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에는 한·미 간 양자협의가 열려 막바지 회담 전략을 가다듬었다. 전날 남북 간 양자협의에 이은 이날 연쇄접촉으로 이번 회담의 열쇠를 쥐고 있는 남한·북·미 3국 간 협의가 회담이 시작되기 전에 한차례 끝난 셈이다. ◆북·미 간 회담 내용은 북·미 양국이 6자회담 개막 전에 사전 접촉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이번 회담에 임하는 미국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와 함께 북한의 협상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회담 전망에 대한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대화 내용도 사전접촉보다는 양자협의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베이징 모처에서 1시간여 동안 진행된 접촉에서 양측은 서로의 협상의지와 함께 북핵 포기에 따른 경제적 지원과 안전보장,북·미 관계 정상화 방안에 대한 입장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미국은 지난 6월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포기할 경우 관계 정상화를 위해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할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외교 소식통들이 전했다. 힐 차관보는 이에 대해 "흥미로운 소식"이라는 반응과 함께 "이날 모임에서는 양국이 각자 가져온 노트를 비교하고 회담 진전방안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북한의 핵포기 선언 시점에 맞춰 가장 낮은 단계의 외교적 관계수립 조치인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고 향후 핵포기 이행 및 검증단계에 맞춰 대표부 설치와 국교수립 등 보다 정상적인 관계로의 진전을 위한 로드맵을 준비 중인 것이 아니냐는 성급한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한·미 최종 협상전략 점검 우리측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와 힐 차관보는 이날 한국대표단 숙소인 차이나월드호텔에서 조찬을 겸한 양자협의를 가졌다. 양측은 이번 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라는 전제아래 북·미 간 관계 정상화와 함께 에너지 등 대북 경제지원을 통해 북한의 핵포기를 유도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이를 위한 협상전략을 최종 점검했다. 우리측은 또 대북 직접 송전 계획인 '중대제안'과 관련,미국 등 관련 4개국이 대북 송전시까지 북한에 중유를 제공하는 방안에 대한 미국측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차관보는 협의 후 "생산적인 진전을 내는 방안을 충분히 협의했으며 북한의 군축주장에 관한 논의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리측은 이날 오후 일본과 양자협의를 가졌으며 미국도 북한에 이어 러시아와 잇따라 양자협의를 갖는 등 막바지 물밑접촉이 이뤄졌다. 베이징=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