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원초적인 땅 아프리카와 닮았다" "난 절대 길들여지지 않는다. 아프리카처럼 원초적이고 야생적이다. 호기심 강하고 도전적인 성격이 아프리카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진다." 2003년 10월 대중음악계는 '남자=애송이'라고 목청을 높인 가수 렉시에게 주목했다. 그는 도발적이지만 천박하지 않았고, 남성들에게 직설적으로 경고했지만 이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그랬던 렉시가 1년 9개월 공백기 끝에 세련된 아프리카 사운드로 무장하고 돌아왔다. 미시 엘리엇, 데스티니스 차일드, 시아라 등 미국 팝 트렌드인 생동감있는 아프리카 사운드를 발빠르게 선보이는 셈이다. ◆남자에 대한 거부감? '없다' 공교롭게도 렉시는 '애송이'에 이어 또다시 남성의 귀를 쫑긋 세우게 한다. '눈물씻고 화장하고'는 상처준 한 남자에게 매달리기보다 마음을 수습하고 다른 남자를 찾겠다는 내용. '애송이' 때보다 가사의 강도는 약해졌지만 봉고, 퍼커션 등 타악기가 내는 아프리카의 토속적인 비트로 사운드가 배로 강해졌다. 또 수록곡 '애니몰(Animal)'은 육체적인 사랑에 이끌리는 남성을 짐승이라고 표현해 남성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렉시는 "개인적으로 남자에 대한 거부감은 전혀 없다. 오히려 좋아한다. (웃음) 강하고 터프한 이미지여서 여자를 대변해 말하기 적합한 인물로 보이나보다"며 "실생활에선 여성스럽다. 내성적이고 작은 것에 감동해 눈물도 잘 흘린다. 또 요리에 소질있어 찌개 종류는 뭐든지 자신있다"고 했다. ◆내 노래의 모태? 아프리카 2집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팝스타 시아라(Ciara)의 음악이 큰 영향을 미쳤다. 렉시는 "시아라의 음악은 느낌이 무척 강하다. 이런 음악을 하기로 테마를 잡았고 아프리카로 콘셉트를 결정했다"고 한다. 수록곡 대부분은 일률적인 드럼이 아닌 아프리카의 토속적인 비트가 대세를 이룬다. 작곡가 페리와 싸이가 의도에 맞춰 합작품 '눈물씻고 화장하고'를 만들어냈다. 이밖에도 유일한 R&B곡인 'get out'은 렉시의 향상된 보컬이 두드러지고, 'hey everybody','기꺼이'에는 거미가, '내일 걱정은 내일해'에는 스토니 스컹크가 피처링 참여를 했다. 뮤직비디오를 위해 아프리카 나이로비로 촬영도 떠났다. 렉시는 맹수들과 촬영 중 치타가 입을 벌려 아찔한 순간을 경험했고, 뱀이 몸을 타고 올라와 눈물도 흘렸다. 먹을 것도, 마실 것도 없어 탈진했지만 덜컹거리는 버스에서 새우잠을 잤다. 먼지와 매연 속에서 촬영해 지금도 중이염으로 고생중이다. 그럼에도 "원초적인 풍광이 나와 비슷해 여전히 가슴에서 뭔가가 울컥한다"니 놀라울 뿐이다. ◆날고싶다? 나비처럼 렉시는 음반 작업을 하면서 나비를 떠올렸다. "환골탈태(換骨奪胎)한 나비처럼 훨훨 날아오르고 싶다. 1집은 많은 걸 안겨줬지만 날 날게 하진 못했다. 이번 음반은 '기회가 또 한번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신있다." 렉시는 어린 나이에 2년간 래퍼 생활, 5년간 연습생 기간을 거쳐 7년 만에 데뷔 음반을 냈다. 독기를 품고 7년을 보낼 수 있었던 건 음악이 좋아 미쳐있었기 때문이다. 누구도 그를 제어하지 못했다. 가요계에 기성ㆍ신인 가수의 음반이 수백장씩 쏟아지는 상황이지만 오히려 도전적인 성격의 렉시에겐 이마저도 자극이 된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 시사회 때 이영애가 "떨리다 못해 담담해졌다"고 말한 것처럼 그는 이제 담담하다 못해 대담해졌다. "1집 땐 다른 가수와의 경쟁과 완벽주의 성격으로 그 부담감에 스트레스 폭식증에 걸렸다. 보통 활동할수록 체중이 빠지는데 나는 무려 5㎏이나 쪘다. 하지만 지금은 치열한 상황이 더 나를 자극시킨다." 그러고보니 렉시는 몰라보게 예뻐지고 날씬해졌다. ◆고무줄 몸무게? 가요계 김삼순 렉시는 올해 1월부터 4개월 동안 소속사 인근 피트니스 센터에서 개인 트레이너를 영입해 강도 높은 몸매 관리를 했다. 체지방을 측정하며 근육량을 늘렸고 순전히 운동으로 4개월 만에 4㎏ 감량에 성공했다. "인터넷에서 가요계 삼순이가 렉시라더라. 삼순이처럼 거침없는 이미지인데다, 더 중요한 건 김선아 씨처럼 불었다, 줄었다 하는 고무줄 몸무게 때문인 것 같다." 그의 요동치는 체중에 가장 신경 쓴 사람은 소속사(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이사. 체중 관리가 기본으로 프로 의식이 없다며 호통을 쳤다. 내일 입을 무대 의상의 원단까지 체크하는 완벽주의자 렉시가 그냥 귀로 흘려버릴 리 없었다. "아직도 뱃살은 더 빼야한다"며 솔직하게 말한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