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국민경제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부동산 정책을 놓고 하한정국을 뜨겁게 달구면서 치열한 `기선잡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야 모두 `세금을 더 물리고, 공급을 더 늘리는' 쪽으로 큰 틀의 방향을 잡아가고 있지만 각론에서는 차별화된 해법을 내놓고 있어 자연스럽게 정책적 대립각이 서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여야는 이번 부동산 정책을 통해 저마다 `중산.서민층'의 권익을 보호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부동산 부자를 겨냥한 세제강화를 놓고 `선명성' 경쟁까지 벌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하반기 정국 주도권을 둘러싼 `기싸움'의 성격과 함께 10월 재.보선과 내년 5월 4대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정치적 고려'가 가미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미 이달초 ▲보유세 강화 ▲중대형 공급확대 ▲공영개발 확대라는 `밑그림'을 제시한 열린우리당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등에 업고 `시장의 예상'을 깨는 고강도 대책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지난 달만해도 논의 자체가 조심스러웠던 판교 공영개발에 이어 분양원가 공개, 종합부동산세 과세대상 확대, 보유세 상한 폐지, `토지공개념' 부활로 이어지는 정책의 흐름은 여권의 비상한 상황인식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는 실증적 사례로 꼽힌다. 한나라당 역시 여권의 구상에 필적할만한 수준의 `고강도' 부동산대책을 20일 내놓고 수권정당으로서의 정책적 비교우위를 강조하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한나라당이 내놓은 안이 여권이 마련 중인 부동산 정책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내용 면에서는 여당과는 차별화된 정책들을 선보였다는게 스스로의 평가다. 한나라당이 꺼낸 `카드'는 ▲분양권 전매 전면금지 ▲종부세 세대별 합산과세 ▲공공택지 분양원가 공개 ▲공영개발 확대 ▲후분양제 전격도입 ▲대규모 `렌털타운' 조성 ▲기반시설부담금 부과 강화 등이다. 여야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의 최대 공약수는 1가구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및 양도소득세 강화이지만 각론상으로는 차이가 큰 상태여서 추후 입법과정에서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종합부동산세 강화를 놓고 여당은 주택의 과세기준을 현행 9억원 이상에서 6억원 이상으로 낮추고 보유세 인상 상한선도 아예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세대별로 주택과 토지를 전부 합한 금액을 기준으로 합산과세하는 방안으로 맞서고 있다.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과세정책을 놓고도 여야간 이견이 크다. 우리당은 1주택자라도 비싼 집을 가졌다면 예외를 인정하지 말아야한다는 의견이 주류인 반면, 한나라당은 1주택자는 특례를 인정하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분양원가 공개문제를 놓고는 한나라당이 공영개발시의 택지조성원가를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우리당은 국민주택규모 이하의 소형 아파트에 대해 원가 연동제를 적용하는 현행 수준에서 원가 공개범위와 대상을 확대할 수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아파트 공급확대와 관련, 우리당은 전국적으로 공영개발 확대를 통해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수도권 잠재수요층을 유인할 수 있는 신도시 추가건설을 선호하고 있는 편이다. 여야가 이처럼 부동산 정책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고민스런 대목도 엿보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집권여당인 우리당으로서는 이번 부동산정책이 자칫 투기는 잡지 못한 채 대표적 지지층인 중산층의 세부담만 늘리고 계층간 위화감을 확산시키는 부작용을 낳지 않을까 우려하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정세균(丁世均)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SBS 라디오 `진중권의 SBS 전망대'에 출연, "지금 경기가 안좋은데 세금 부담이 여전하니까 국민들이 대단히 어려울 것으로 안다"며 "경기가 좋아져야 그런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세금 부담은 특별히 이번 정기국회에서 세제를 손질할때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당이 최근 한나라당을 향해 부동산정책협의를 끈질지게 제안하는 것은 차후 정기국회 입법을 용이하게 하는 측면도 있지만 밑바닥에는 부동산 정책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적절히 `분담'하려는 차원이라는 정치적 해석도 없지 않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이번 부동산 대책이 큰 틀에서 여권이 내놓은 안의 테두리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다 전통적 지지층인 보수층을 대변하고 있는 당의 정체성과 관련해 논란을 부를 수 있는 점을 염려하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