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사업용 토지를 확보할 때 처음에는 회사 임원 등을 내세워 개인 명의로 매입을 시작한다. 특정 기업이 개발을 시작한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 인근 땅값이 치솟아 원하는 땅을 사들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또 당장 필요로 하는 공간보다 더 넓게 공장 용지를 확보하는 경향이 강하다. 나중에 공장 증설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섰을 때 보다 쉽게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의 기흥·화성 반도체 공장이나 LG필립스LCD의 파주 공장도 이런 방식으로 확보된 부지다. 이 같은 여건 속에서 정부가 '제2의 토지공개념제'를 도입할 경우 기업들의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시일을 두고 단계적으로 토지를 확보해 나가는 기업들의 전략 자체가 큰 난관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사업용 토지세는 더 줄여야" 가뜩이나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종합부동산세제로 인해 토지 관련 보유세가 연간 30%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이승철 조사본부장은 "종부세의 경우 사업용 토지에 대한 세율이 과거 종토세보다 조금 낮아졌지만 과표가 계속 상승하는 바람에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여기에 토지 공개념을 기반으로 한 세제까지 도입된다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계는 이에 따라 정부가 투기세력과 기업의 건전한 생산적 투자를 엄격하게 구분해 선택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기업 경영의 현실적 여건이나 관행을 도외시한 채 정책이 급조될 경우 기업 투자를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1989년 건설부 토지국장 시절 토지공개념 도입을 실무적으로 주도했던 이규황 전경련 산하 국제경영원장은 "투기를 근절하기 위해 보유세를 강화하는 취지에는 공감할 수 있지만 시중의 부동 자금이 기업들의 투자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사업용 토지에 대해서는 오히려 세금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헌법소원도 불사' 기업들은 토지공개념의 재도입이 '토지 소유'와 '토지 이용'을 분리하는 형태로 이뤄진다면 이는 전형적으로 사회주의적인 발상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토지 사용을 제한한다면 뭣하러 기업들이 공장을 건설하고 사업을 하겠느냐"며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정책이 나온다면 헌법소원을 내서라도 막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과거에 위헌 결정이 내려진 정책을 왜 또 다시 포장만 바꿔 들고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극소수의 부동산 투기꾼들을 잡기 위해 기업 활동을 제약해서는 안 된다"고 목청을 높였다. 성남에서 시계업체를 운영하는 김동순 사장은 "토지공개념은 자본주의 원칙에 명백히 어긋나는 정책"이라며 "극심한 투자 부진 속에 반기업 정서도 만만찮은 상황에서 이런 규제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일훈·문혜정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