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11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연정발언에 이어 열린우리당 문희상(文喜相) 의장이 선거법 개정 합의시 야당에 총리 지명권을 주도록 건의하겠다고 언급한 데 대해 "정략적 꼼수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한나라당은 여권에서 제의한 선거구제 개편 논의, 제3차 정치개혁협의회 구성 등 구체적 사안에 대해선 아예 대꾸조차 않고 무시하며 `김빼기 작전'으로 대응했다. 여권에서 거론하는 내용의 폭발력을 감안한 듯 여권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신 한나라당은 "지금은 경제살리기에 매진할 때"라면서 연일 정치적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정부여당을 정면 공격한 뒤 "비록 야당이지만 우리라도 경제와 민생문제에 전념하겠다"며 여당과 차별화하고 나섰다. 그동안 말을 아껴왔던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먼저 대여(對餘)포문을 열었다. 박 대표는 염창동당사에서 열린 상임운영위 회의에서 "현 경제상황에 대해 누구보다 정부여당서 큰 책임감을 느끼고 더 경제살리기에 매진할 때"라면서 "먹고살게 해 달라는, 고통받는 국민 앞에 대고 국정운영을 책임진 정부여당이 하는 얘기가 고작 이거냐"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박 대표는 또 비공개회의에선 "굳이 연정할 것 없이 한나라당이 내세운 경제정책을 정부가 그대로 따라만 해도 경제는 나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전했다. 강재섭(姜在涉) 원내대표는 열린우리당 문 의장을 겨냥해 "취임하자 마자 선거구제 얘기를 하더니, 100일이 돼서도 또 선거구 얘기"라면서 "민생경제를 안타깝게 생각하는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음을 나타내고 있다"고 직공을 날렸다. 이강두(李康斗) 최고위원은 "경제도탄에 빠져 국민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는데 여권은 저질적 꼼수, 정략적 발언만 일삼고 있다"면서 "차라리 (국정운영의) 자신이 없으면 정권을 내놓던지 하라고 요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무성(金武星) 사무총장도 "여권이 경제난, 실업난 해결에 전력투구하지 않고 당리당략에 근거한 이전투구를 그만두지 않으면 폭동이 일어날 수 있다. 현 정부에게 경고하고 싶다"고 가세했다. 이규택(李揆澤) 최고위원은 "DJP(김대중-김종필) 연합 등 지금까지 연정을 함께했던 정당들은 다 팽(烹)당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며 행여 있을 지 모를 당 일각의 동요를 경계했다. 맹형규(孟亨奎) 정책위의장은 "한나라당을 뒤흔들고 내부분열을 꾀하는 여당의 작전"이라고 분석했고, 김영선(金映宣) 최고위원은 "신당에 동요하는 여당 의원들을 붙잡기 위한 내년 지방선거 전략"이라며 `정략성'을 부각시켰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기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