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초강세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가격이 되는 두바이유가 배럴당 55달러를 넘보면서 에너지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국제유가 상승은 최근의 원달러 환율 상승과 맞물리면서 원유도입 비용과 국내 기업들의 원가부담을 이중으로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 두바이유 55달러 돌파 전망 = 두바이유는 6일 현지 거래에서 배럴당 54.67달러로 사상 처음으로 54달러를 넘은 데 이어 7일 거래에서 심리적 마지노선인 55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 선물과 현물이 모두 배럴당 61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6일의 국제 유가 초강세를 두바이유는 하루 늦게 반영한다고 볼 때 7일에는 더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품질 차이로 인해 WTI나 북해산 브렌트유보다 낮은 가격을 형성했던 두바이유 가격은 올들어 두 유종에 비해 훨씬 더 큰 폭인 34% 급등해 WTI, 브렌트유와 가격차를 크게 좁혔다. 국내 민관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제유가전문가회의는 하반기 국제유가를 두바이 기준으로 배럴당 45-50달러로 전망했으나 중동 정정 불안, 석유정제시설 파괴 등의 공급차질 발생시 5-10달러 추가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럴 경우 두바이유는 배럴당 50-60달러선까지 오를 수 있다. ◇ 정부, 더 오르면 강제 석유소비억제 = 정부는 유가가 추가로 상승하면 승용차 운행 제한 등 강제 석유소비 억제책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거론되고 있는 석유소비 억제책은 승용차 10부제, 목욕탕.찜질방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영업시간 축소 및 휴무제, 주유소 휴무제 등이다. 이같은 석유소비 억제책 및 업계 자율 영업 축소는 고유가가 초래할 국민경제 부담에 대해 경고를 발동한다는 차원에서 과당경쟁을 빚고 있는 업종을 중심으로 업계가 자율적으로 시행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유가 상승 외 석유 수급이 차질을 빚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전면적인 강제 석유소비 억제책은 실시하지 않을 방침이다. 정부는 강제적인 에너지절약 조치는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시행한다는 계획 아래 석유시장 조기경보지수를 주시하고 있다. 두바이유 가격, 석유수출국기구(OPEC) 잉여생산능력 등 18개 변수로 구성된 조기경보지수는 현재 정상-관심-주의-경계-심각의 5단계 중 4번째인 경계 단계로 진입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경보지수가 경계 단계에 들어가고 유가가 60달러 가까이 치솟으면 강제적인 석유소비 억제책이 부분적으로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 에너지 절약 '비상' = 이처럼 국제유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데도 일반 국민의 석유소비는 오히려 늘고 있다. 주로 자동차 연료로 사용되는 휘발유와 경유의 소비는 올들어 각각 5.8%, 0.2% 증가했다. 이는 대체로 자동차 신규등록과 대형 승용차 증가에 따른 것으로 원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큰폭으로 오르지 않은 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휘발유 가격도 한몫했다.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 평균 1천365원이었으며 올해 6월에는 1천397원이었다. 이는 원달러 환율이 하락한 데다 휘발유소비자 가격의 60% 이상을 세금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석유소비의 부문별 비중은 산업용 50%, 수송용 33%, 가정.상업용 12%, 발전용 4%로 에너지 절약 여지가 가장 높은 분야가 수송용이다. 산업용 및 발전용 원료나 연료를 줄이기는 어려운 반면 수송용 석유소비는 승용차 운행 자제로 줄일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원유가격 5달러 상승시 경제성장률은 0.19%포인트 둔화되고 소비자물가 지수는 0.681%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유가는 환율 상승과 함께 원유도입 비용을 높여 올해 목표인 무역수지 흑자 280억달러 달성도 위태롭게 할 전망이다. 원유도입 물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각 부문에서 고강도의 에너지 절약책을 시행하는 것 외 뾰족한 방안이 없는 실정이다. (서울=연합뉴스) 현경숙기자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