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람들이 노후보장 하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회사 중 하나가 피델리티다. 노후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미국에서 가장 큰 이 뮤추얼펀드 회사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굴리는 자산만 해도 1조1000억달러(약 1100조원)에 달하고 회사의 가치는 500억달러로 평가된다. 이 회사는 에드워드 존슨 가족이 49%의 지분을 갖고 있어 사실상 가족 회사나 마찬가지다. 존슨은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을 맡고 있다. 아버지한테 물려받은 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비교적 적게 받으면서 회사를 미국 최대 뮤추얼펀드로 키웠다. 남부러울 것 없는 그가 요즘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3년 전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렸던 동계올림픽 때 피겨스케이팅 입장권 2장을 증권회사에서 선물로 받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당시 입장권은 자리에 따라 최저 35달러에서 최고 400달러였다. 그가 부인과 함께 받은 입장권이 증권회사에서 나온 것인지를 알았는지 몰랐는지 등이 조사 대상이다. 딸 애비게일 존슨도 조사를 받고 있다. 증권당국은 존슨 회장의 후계자면서 자금관리 분야 사장을 맡고 있는 딸이 증권회사들에 압력을 넣어 부모의 입장권을 얻어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이번 조사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많다. '법대로'라면 당연히 조사 대상이다. 증권회사들을 감독하는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증권딜러협회(NASD) 규정에 따르면 뮤추얼펀드 회사는 주문을 내는 조건으로 증권회사로부터 100달러 이상의 선물이나 과도한 향응을 받지 못하게 돼 있다. 존슨이 받은 입장권이 100달러 이상이었다면 이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증권회사와 뮤추얼펀드의 거래에서 이처럼 까다로운 윤리규정을 제정해놓은 것은 이들이 고객의 이익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만큼 고객,즉 투자자 제일 정신을 철저히 실천하겠다는 당국의 의지가 담겨 있다. 기업의 회계부정 스캔들이 잇달아 터지면서 미국 기업들의 투명성이 손가락질을 받고 있지만 그래도 정직한 기업인상을 심기 위한 노력과 견제장치는 왕성하게 작동하고 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