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强)달러 기조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 경제가 일본 유럽연합(EU) 등에 비해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예상을 깨고 연내 추가적인 금리인상을 강하게 시사함에 따라 달러 강세 기조가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관측을 반영,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서 1일 미 달러가치는 달러당 111.14엔까지 치솟아 9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달러는 엔화에 대해 올해 초보다 8%나 올랐다. 달러는 유로화에 대해서도 연초보다 11% 상승한 유로당 1.20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리먼브러더스의 제임스 맥코믹 이사는 "달러는 쌍둥이(무역·재정) 적자로 하락 조정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확연히 강세 기조를 타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미 금리인상이 강(强)달러 받친다 미 달러가치가 오르는 근본적인 이유는 일본이나 유럽 등과 비교,미국의 경제성장 전망이 상대적으로 견실하다는 점이다. 지난 1분기 미국 경제는 3.8%(전분기 대비 연율 기준)의 성장률을 기록했던 반면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0.5∼1.0%의 저조한 성장을 하는데 그쳤다. 지난 5월 말 프랑스 네덜란드 등의 EU헌법 부결 이후 달러를 대신할 수 있는 대체 통화로서 유로화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면서 달러 강세가 더욱 뚜렷해지는 추세다. 특히 미 FRB가 지난달 30일 기준금리를 연 3.0%에서 연 3.25%로 인상한 이후 외환시장은 주요국 간 '금리 격차'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유럽중앙은행(ECB)은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2.0%까지 내린 상태이며,일본중앙은행 역시 기준금리인 공정할인율을 4년 가까이 연 0.1%에 고정시켜 놓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해당 통화에 대한 수요가 몰리게 마련인 만큼 외환시장에서는 달러를 사려는 투자자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도쿄미쓰비시은행의 고바야시 겐지 애널리스트는 "미 FRB는 고유가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을 낮추기 위해 연내 금리를 추가 인상해 연 4%까지 올릴 것으로 보인다"며 "미 금리가 오르는 한 달러 강세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유가도 달러 강세 부추겨 통상적으로 과거엔 유가 상승이 '달러 약세'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국제 원유시장의 결제 통화가 미 달러이기 때문에 유가 상승은 달러 공급을 늘려 달러 가치를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유가 상승은 달러 강세 심리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본은 원유에 대한 해외수입 의존도가 100%에 달하는 만큼 유가 급등에 따른 충격이 엄청나게 큰 데 반해 미국은 자국 내 비축유를 활용할 여력이 있어 피해가 상대적으로 덜 하다"며 "바로 이런 점이 고유가가 달러 강세(엔 약세)를 초래하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환율이 달러의 '수요와 공급'보다는 고유가 시대를 맞은 각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좌우된다는 얘기다. 일부에서는 배럴당 60달러를 넘나드는 고유가 속에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데는 미국 정부의 전략적인 의도가 숨겨져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시장조사 기관인 스테이트 스트리트의 브라이언 가베이 이코노미스트는 "쌍둥이 적자 속에서 고유가로 경제정책의 입지가 좁아진 미국 정부가 달러 강세를 유도해 고유가 부담을 다른 원유 수입국들에 전가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