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검의 현대자동차 노조 취업비리 수사가 전 노조 간부 등 20명을 사법처리한 가운데 일부 간부의 '개인 범행'으로 결론짓고 사실상 마무리됐다. 30일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에 따르면 민주노총 최대 단위조직인 현대차 노조가 권력화하면서 간부들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고 회사는 이들이 추천한 입사지원자를 우선 고려하는 왜곡된 노사협력 관행이 정착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한 전 노조간부는 무려 12명으로부터 4억1천500만원이나 받아 선물과 주식투자를 하고 골프를 즐겼으며, 다른 간부도 부동산 투기와 대출금 변제, 부업 개업비용으로 사용하는 등 도덕성 상실의 단면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기아자동차의 경우처럼 노조에 채용인원을 할당하지는 않아 집행부가 조직적으로 개입하지는 않았으며, 다만 노조 행사와 관련된 리베이트 수수의혹 등이 새롭게 제기돼 이 부문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수사는 신입사원 채용이 있었던 2002∼2003년 당시 10대 노조집행부와 대의원들에게 집중됐다. ▲수사착수 배경 : 검찰은 연초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의 취업비리 사건이 발생할 당시부터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도 같은 비리가 만연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아 내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앞서 지난해 7월 울산공장 인사팀장이 외부 브로커와 연결돼 돈을 받고 취업희망자를 입사시킨 사실이 드러나자 채용과 관련된 금품수수 비리가 많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수사 과정 : 검찰은 지난 3월 취업비리 개연성이 높은 노조간부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처음 발부받아 계좌 추적에 들어갔고 여기서 정모(42)씨 등 3명의 비리혐의를 처음으로 밝혀내 5월10일 이들을 긴급체포했다 이후 두 차례에 걸친 울산공장 인사.노무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입사지원서류 등을 압수하고 입사지원서 상단에 적힌 추천자(노조간부) 명단을 확보해 계좌를 추적했다. 계좌추적 대상자는 노조 간부 60∼70명을 포함해 모두 400여명이나 됐다. 그러나 신고나 제보가 전혀 없어 전적으로 계좌 추적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며, 현금 추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수표도 각 단계마다 새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 받아야 하는 등 추적에 어려움이 많았다. ▲수사 결과 : 취업 희망자로부터 돈을 받고 입사를 추천해 준 혐의(근로기준법 위반)로 전 노조간부 정모(42)씨와 염모(45)씨 등 8명을 구속하고 12명(브로커 포함)을 불구속 기소했다. 정씨는 2003년 11월 김모씨로부터 3천만원을 받고 입사 추천을 해주는 등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같은 수법으로 모두 12명으로부터 4억1천500만원, 염씨는 6명으로부터 6천8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구속자는 최소 2천만원에서 최고 4억1천500만원, 불구속자는 최소 300만원에서 최고 2천만원까지 각각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추천 및 입사 과정 : 노조간부가 취업희망자들로부터 돈을 받고 입사지원서 상단에 '추천인 ○○○'이라고 써 추천 사실을 알리고 다시 회사 임원이게 전화하거나 찾아가 부탁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임원은 인사팀에 연락해 노조간부가 추천한 지원자를 우선 면접대상자로 선정하도록 하는 특혜를 주었다. 이와 관련해 노조간부가 임직원에게 금품을 건넨 사실은 드러나지 않았다. ▲비리 형태 : 취업장사를 한 노조간부들은 자신과 가족, 부모는 물론 전처와 내연녀 명의의 계좌를 운영하며 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브로커를 통해 안면 없는 취업희망자의 돈을 받은 경우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직장 동료와 삼촌, 외삼촌 등 친인척으로부터 아무런 죄의식 없이 돈을 받아 '입사대가' 지불이 만연했음을 보여주었다. 노조간부들은 이렇게 받은 돈으로 증권이나 선물투자를 하거나 부동산 투기를 하고 심지어 골프를 즐겼으며, 부채 변제, 부업 개업비용, 생활비 등 개인용도로 대부분 사용했다. ▲수사 의미와 과제 : 이번 수사를 계기로 노사가 모두 관행적이고 구조적인 취업비리를 척결하고 공개경쟁을 통한 취업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인식 전환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노조는 재발을 막으려고 평 조합원의 간부 견제기능을 강화하고 노조 개혁을 위한 '혁신위원회'와 '채용제도 개선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하는 등 자구노력을 하고 있다. 회사도 "이번 사태가 채용제도의 구조적인 문제점에서 비롯됐다"며 사과하고 근본적인 개선을 약속한 상태다. (울산=연합뉴스) 서진발 기자 sjb@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