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베트남 간의 역사적인 정상회담이 21일 오후 워싱턴에서 이뤄진다. 베트남전 종식 이후 30년만에 베트남의 정상급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지난 19일 미국 방문길에 오른 판 반 카이 총리는 이날 백악관에서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갖는다.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의 베트남전 참전으로 야기된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에 미래지향적 동반자로서 협력을 강화할 것임을 천명할 계획이다. 베트남측은 이번 회담을 통해 지난 1986년부터 지속적으로 전개해온 개방.개혁정책(도이 머이)의 성과와 세계경제권으로의 편입을 위한 각종 노력을 설명한 뒤, 경제발전과 국제화를 위해 베트남의 세계무역기구(WTO)가입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할 예정이다. 특히 베트남측은 수교 10주년을 맞는 양국 관계의 발전을 가속화하기 위한 조치의 하나로 최혜국(MFN) 지위 부여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올 한해만 미국에 대한 베트남의 수출이 62억달러 규모를 넘어서는 데다 베트남에 대한 미국의 투자가 확대 추세를 보이는 등 양국 간의 경제관계가 강화되고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라고 외교 소식통들은 풀이했다. 카이 총리는 또 베트남이 WTO 가입을 앞두고 서비스시장 개방 폭 확대, 지적소유권 보호 강화를 포함한 법적.제도적 장치 정비 등 그동안 미국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분야에 대한 강력한 개선 노력과 준수 의지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와 함께 베트남전 실종 미군(MIA) 유해발굴작업에 대한 대미 지원 강화와 '거대 중국'을 겨냥하기 위한 군사협력 강화, 미국의 대테러전 지지, 종교 자유 확대 및 인권 개선 노력 등도 설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측도 이번 회담에서 베트남이 지난 20년 가까이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개방정책과 시장경제체제를 긍정평가한 뒤, 아시아권에서 주요한 교역 상대국으로 급부상한 베트남의 WTO 가입 노력을 적극 지원할 뜻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남진(南進) 성향을 노골화하기 시작한 중국을 겨냥해 양국 해군 함정의 상호기항과 합동훈련 실시, 베트남전의 대표적 후유증인 불발폭발물 제거 지원 확대, 미국의 해외군사교육지원프로그램을 베트남군에 개방하는 것 등 군사부문에서의 협력 강화를 적극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측은 그러나 베트남이 이런 가시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종교자유를 억압하고, 인권 부문에서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이에 대한 베트남측의 적극적인 개선을 요청할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내다봤다. 앞서 카이 총리는 첫 방문지인 서부 시애틀에 들려 렌턴에 위치한 보잉사를 둘러보고 국영 베트남항공 현대화를 위해 도입을 결정한 보잉 787 '드림 라이너' 여객기 4대의 구매계약서에 서명했다. 한편 베트남계 교민들은 카이 총리가 기자회견을 가진 시애틀의 호텔 밖에 운집해 '공산당 타도' 등의 구호를 외치며 반대시위를 벌였다. (하노이=연합뉴스) 김선한 특파원 s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