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도 웃고 패자도 웃었다.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유니세프 자선기금 마련을 위한 한국OB팀 대 일본OB팀의 경기는 한국의 2-1 승리로 끝났지만 오랜만에 펼친 우정 대결에 양팀 선수들 얼굴에는 웃음꽃이 만발했다. 대부분 40줄에 들어선 전 국가대표 선수들은 경기 전만 해도 얼마나 뛸 수 있을지 걱정을 했다. 그러나 막상 경기에 돌입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펄펄 날았다. 물론 현역 시절만큼은 기량을 선보이지는 못했지만 혼신의 힘을 다하는 40대의 플레이에 7천100여명의 관객들은 열띤 환호로 보답했다. 이날 선제골을 뽑으며 전후반 70분을 모두 소화한 이태호 신안고 감독은 경기 전만 해도 스타팅 멤버로는 힘들고 잠시 교체멈베로 뛸 수나 있을 것이라며 엄살을 피웠다. 다른 동료도 회의적이긴 마찬가지. 그러나 막상 경기에 들어오자 수많은 득점포를 쏟아냈던 그의 왼발의 위력은 여전했다. 전반 13분 김판근의 올려준 볼을 헤딩 슛한 것이 골키퍼에 맞고 나오자 다시 왼발로 강하게 때려 일본 골문을 흔든 것. 이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힘들었지만 막상 뛰니까 뛰어지네요"라고 말하며 지인들에게 핸드폰으로 승리의 기쁜 소식을 타전했다. 최순호 전 포항 감독도 이날 고감도 패스 실력을 보여 '현역 선수인 것 같다'는 팬들의 찬사를 받았다. 경기가 끝난 뒤 그는 "꾸준히 운동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잘 뛴 것 같다"고 웃음을 지어보였다. 양팀 선수들은 현역 시절 전투를 방불케 하던 접전을 펼쳤지만 이날은 그라운드에서 서로 농담을 주고 받으며 친분을 과시했다. 경기 종료까지 개인 돌파를 시도하며 강철 체력을 과시한 하석주 전 포항코치는 "나보다 젊은 일본 선수들이 '하상이 뛰어서 무섭다'고 농담을 했다"며 "경기 중 오랜 만에 만난 일본 선수들과 간간이 대화를 나눠서 좋았다"고 말했다. 경기에는 졌지만 일본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표정도 밝았다. 코칭스태프는 동점에 성공한 뒤 다시 신연호의 헤딩슛으로 역전을 허용하자 벤치에서 일어나 선수들에게 갖가지 주문을 했으나 시종일관 미소를 지으며 경기를 관전했다. 한편 이날 경기 앞서 열린 국회의원 대 연예인 올스타팀 간의 경기는 1-1로 비겼다. (수원=연합뉴스) 이광빈기자 lkb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