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하반기부터 자산운용업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한 것은 적립식 펀드 인기 등으로 촉발된 시중자금의 간접투자시장 이동을 더욱 촉진하려는 '기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은행에 편중돼 있는 개인의 금융자산을 자산운용시장으로 분산시키고,나아가 자산운용업 육성을 통해 '동북아 금융허브'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포석이다. 정부는 또 창업투자회사와 보험사를 기업 인수·합병(M&A) 전문 사모투자펀드(PEF)시장의 주축으로 끌어들여 은행 위주로 돼 있는 PEF의 저변을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부의 정책방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자산운용시장에 대한 규제방식을 조속히 포지티브 시스템(가능한 업무만 열거)에서 네거티브 시스템(불가능한 업무만 규정하고 나머지는 포괄적으로 허용)으로 바꿔야 자본시장이 세계적 수준으로 커 나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펀드 문턱 낮춰 시중자금 유인 정부는 하반기 중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시행령을 손질,개인이나 법인이 자산운용회사를 통하지 않고도 소규모 사모펀드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현재는 PEF를 제외한 모든 펀드를 자산운용사만 설정·모집할 수 있다. 최상목 재정경제부 증권제도과장은 "투자자가 30인 이하이고 모집규모가 20억원 이하인 소규모 사모펀드는 누구나 설정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며 "주식·채권펀드뿐 아니라 영화펀드 문화상품펀드 등의 설립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부는 또 자본금 30억원 이하의 소규모 전문 자산운용사 설립도 허용해 주기로 했다. 현재 자산운용사는 자본금이 100억원을 넘어야 하지만,채권 부동산 파생상품 영화 등 특정 부문에 특화할 경우 자본금 요건이 30억원 이상으로 낮아지는 것이다. 펀드 판매 채널도 올 연말께부터 늘어난다. 보험 설계사가 30시간 교육을 이수하고 판매자격시험에 합격하면 고객에게 펀드 가입을 권유할 수 있게 된다. 또 내년 상반기부터는 전문 펀드판매 중개회사 설립이 허용돼 여러 펀드를 진열해 놓고 판매하는 '펀드 슈퍼마켓'이 등장할 전망이다. ○펀드운용 운신 폭 확대 정부는 하반기 중 펀드의 해외 국공채 투자비중을 펀드자산의 10% 이내에서 30%로 높여줄 계획이다. 국내에선 저금리가 지속되고 있는 반면 외국에선 금리가 높아지는 추세여서 고수익을 추구할 수 있도록 길을 터 주는 것이다. 다른 펀드에 재투자하는 '펀드 오브 펀드'의 경우 다른 펀드에 대한 투자비율 한도를 현행 50%에서 상향조정해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공매도를 금지한 제한을 풀어,결제이행에 문제가 없다면 펀드자산의 20% 범위 내에서 허용해 주기로 했다. 정부는 또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요청을 받아들여 대규모 통합주문(block trading)도 가능하도록 해 주기로 했다. 대규모 통합주문이란 예를 들어 홍콩 일본 싱가포르에 각각의 운용회사를 둔 외국계 자산운용사가 홍콩지역본부에서 각 지역의 주문을 모아 한꺼번에 주식을 매매하는 것을 말한다. ○은행 일변도의 PEF 견제 일반투자자의 PEF 투자금액이 확대된다. 현재 개인은 20억원,법인은 50억원 이상을 PEF에 투자하도록 돼 있으나 올 하반기엔 투자 최저한도가 개인 10억원,법인 20억원으로 낮춰진다. 창투사와 신기술금융사업자 등 벤처캐피털의 PEF 설립도 허용된다. 창투사 등은 중소기업 창업이란 기능만 수행하도록 업무가 제한됐으나 구조조정시장의 경험을 살려 PEF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게 했다. 보험사에도 PEF를 자회사로 둘 수 있도록 해 PEF 투자를 유도키로 했다. 현재 보험회사는 PEF 지분을 15% 이상 갖는 것이 불가능해 보험사의 PEF 투자는 극히 미미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보험사들이 운용 중인 자금은 줄잡아 150조원에 달해 이번 규제 완화로 상당수 자금이 PEF에 투자될 것으로 보험업계는 보고 있다. 정부는 이 밖에 PEF의 출자금 가운데 60% 이상을 1년 내 경영권 참여목적의 투자에 사용토록 돼 있는 규정을 하반기 중 개정,2년 내 50% 이상으로 완화해 줄 방침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