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초반 심각한 부진에 빠져 프로야구 디펜딩챔피언의 체면을 구겼던 현대 유니콘스의 최근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 중반을 향해 치닫는 페넌트레이스에서 전체 126경기의 38.1%인 48경기를 마친 현대의 성적은 22승25패1무(승률 0.468)로 4위. 선두 삼성에는 무려 11.5게임 뒤져 있지만 최근 2연승 상승곡선을 그려 상승세가 잠시 멈춘 3위 롯데(26승23승)를 3게임차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5위 한화와 6위 LG와의 승차가 각각 0.5게임과 2게임에 불과, 치열한 4강권 경쟁에서 불안한 리드를 지키고 있지만 최근 11경기에서 8승3패, 5경기에서 4승1패의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어 내심 상위권 진입도 기대하고 있다. 연패를 거듭하며 지난 97년 5월5일 이후 무려 8년여 만에 공동 최하위로 밀리는 수모를 당했던 지난 4월 26∼28일 상황과 완전히 달라진 풍경이다. 4월의 부진을 털고 현대가 지난해 우승팀의 자존심을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었던 건 투.타 모두 안정을 찾고 있기 때문. 8개 구단 중 팀 방어율이 꼴찌(5.23)로 떨어져 전통적 `투수왕국'의 위용이 퇴색했지만 최근 마운드가 살아나고 있어 다행이다. 베테랑 정민태(35)가 지난달 14일 오른쪽 허벅지 근육 파열로 승수없이 1패만을 기록하고 선발 마운드에서 빠졌지만 김수경(6승)과 마이클 캘러웨이(5승)이 막강 `원투펀치'를 이뤘고 오재영과 손승락(1승)도 나름대로 제몫을 하고 있다. 또 9년차 불펜 투수 황두성이 구원승으로만 5승을 올리며 송신영과 신철인의 부진 공백을 잘 메우고 있고 힘이 빠졌던 마무리 조용준(1승1패9세이브)도 최근 자신감 회복으로 뒷문을 확실하게 걸어잠그는 철벽 소방수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타선에선 `대포 군단'으로 팀 컬러를 변모시킨 홈런더비 선두 이숭용(13개)과 2위 래리 서튼(12개), 공동 3위 송지만(11개)의 홈런왕 집안싸움 속에 방망이가 달아오른 강귀태와 공.수에서 영양가 만점 활약을 펼치는 정수성이 상승세의 주역들. 주전포수 김동수와 마스크를 번갈아쓰는 강귀태(시즌 타율 0.385)는 수비 능력이 떨어지는 게 흠이지만 지명타자를 겸업하며 5경기에서 2홈런 등 타율 0.478의 불꽃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정수성도 빠른 발을 이용한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하며 중견수로 맹활약하고 있고 공격에서도 최근 5경기 타율 0.409의 고감도 타격감을 앞세워 시즌 타율 0.312에 12도루까지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로선 오는 4∼12일 `지옥의 9연전'이 4강 수성의 고비가 될 전망. 현대는 올 시즌 상대전적에서 열세를 면하지 못했던 롯데(2승4패), LG, 삼성(이상 2승3패)과 차례로 홈과 원정을 오가며 각 3연전을 치르는 강행군을 벌인다. 선전 여부에 따라 상위권으로 올라설 수 있지만 자칫 치열한 4강 다툼에서 미끄러 질 수도 있다. 김재박 감독은 "선발 로테이션이나 라인업에 큰 변화없이 현재 페이스대로 9연전에 임하겠다. 전력에서 빠진 전준호와 이동학이 돌아올 지 장담하기 어려워 오늘 두산전에 첫 선발등판하는 신인 이보근의 활약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