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최재천(崔載千)의원은 9일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국가보안법과 표현의 자유'를 주제로 청문회를 열었다. 청문회에서 참석자들은 `모내기 그림'사건과 `한국사회의 이해' 사건 등 학문과 사상,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대표적인 국보법 적용사례를 집중적으로 거론하면서 국보법 폐지의 당위성을 설파했다. 모내기 그림 사건은 지난 1989년 민중미술가 신학철씨가 그린 `모내기'가 북한 농촌을 미화했다는 이유로 국보법 위반죄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유죄확정 판결을 받은 사건이다. 이날 진술인으로 참석한 미술평론가 성완경 인하대 교수는 미리 배포한 진술서에서 이적표현물 판결을 받은 모내기 그림에 대해 `민족미술의 이정표가 되는 걸작'이라고 규정한 뒤 "국보법에 의한 사상표현의 제약은 시대착오이고, 우리 불행한 정치사가 분비해낸 희극"이라며 "국보법은 철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 교수는 또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할 때 사법제도는 정당성을 잃어버리고, 폭력으로 전락한다"라며 "국보법이 온존하는 것은 우리 정치사의 무능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지난 94년 경상대 사회과학분야 교양교재로 공동집필한 `한국사회의 이해'라는 교재가 이적표현물 혐의를 받아 기소됐다가 올해 3월 대법원에서 무죄선고를 받은 장상환 교수도 "한국사회의 이해 사건은 중앙과 지방의 기득권 세력들이 미래의 진보로 향하는 연구자의 발걸음을 과거시대의 잔존물인 국보법으로 가로막으려 한 것"이라며 국보법 폐지를 주장했다. 장 교수는 이어 "국보법은 자본주의적 모순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걸림돌에 불과하다"며 "민중적 입장과 마르크스주의의 과학적 방법을 견지하면서 그동안 크게 변화한 한국사회를 분석해 `한국사회의 이해' 교재를 개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최갑수 서울대 교수는 "`한국사회 이해' 사건은 국보법이 폐지되지 않는 한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며 "국보법의 철폐는 반드시 일궈내야할 시대적 과제"라고 가세했다. 한편 최영애 국가인권위 상임위원은 축사에서 "50여년간 끈질기게 생명을 이어오고 있는 국보법이 아직까지 건재한 현실에 대해 착잡한 마음"이라며 "국가인권위가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좀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