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본인은 북한에 태권도를 보급했을 뿐 친북 활동을 한 적이 없다." 최홍희 전 국제태권도연맹(ITF) 총재는 지난 2003년 5월 한국에서 완간된 자서전 `태권도와 나(총3권)'를 통해 자신에게 드리워진 친북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 최 전 총재가 친북 논란에 대해 적극 해명에 나서게 된 계기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세계태권도연맹(WTF)과 양분하고 있는 태권도 통합을 성사시키기 위해 한국을 방문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가 망명 7년만인 1979년 고향(함북 길주) 방문을 겸해 태권도 사범을 이끌고 북한을 처음 방문한 뒤로 총 20여 차례에 걸쳐 북한을 드나들면서 김일성 주석과도 수차례 만난 행적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최 전 총재는 1998년 9월 `친북 행적'에 대한 해명 및 대국민 사과 용의를 묻는 국가안전기획부의 질의에 대해 "본인이 귀국하면 친북파라는 그간 군사정권이 뒤집어 씌운 나에 관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각 언론 매체를 통해 당당히 공개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아울러 그는 자서전에서 "항상 나의 조국은 남도 북도 아닌 통일된 조국이라고 천명해 왔고 남한에서도 북한에서도 나는 태권도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단호히 배격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최 전 총재는 결국 귀국을 포기하고 말았다. 자신의 행적에 대해 공개적으로 얼마든지 해명할 수 있다고는 했지만 사과문까지 쓰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최 전 총재가 친북 인사로 낙인이 찍히게 된 계기로는 아들 중화씨가 1981년 7월 전두환 당시 대통령을 암살하라는 북한의 지령을 받고 공작금 60만 달러를 캐나다인 2명에게 건넨 혐의로 체포돼 1991년 캐나다 법원에서 유죄를 받은 사건도 큰 기여를 했다. 이 사건으로 최 전 총재가 배후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캐나다 경찰은 관련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흥미로운 것은 최 전 총재가 빈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북한 요원 2명으로부터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얘기를 듣기는 했지만 농담으로 치부했다고 자서전에서 언급하고 있는 대목이다. 이는 북한이 중화씨에게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을 사주하는 지령을 내렸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방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최 전 총재가 자신이 사건과 무관하다는 결백을 강조하려는 목적이었겠지만 북한에 불리할 수 있는 내용까지 자서전을 통해 스스럼없이 공개하면서 자신의 행적을 둘러싼 친북 논란을 불식시키려고 애를 쓴 것으로 보인다. 그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북한에서 최 전 총재를 소재로 한 영화를 제작했고 그가 자서전에서 김 주석을 긍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점 등이 남측에서 어떻게 평가될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조계창 기자 philli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