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가 본격적인 임금협상과 단체협상에 나서는 `춘투'(春鬪)에 시동을 걸었다. 노사정 대화 등에 힘입어 예년에 비해 노사갈등의 골은 깊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크고 작은 난제들이 적지않아 협상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노동계가 요구하는 임금 인상률은 지난해보다 다소 낮아질 수 있으나 보호입법 등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비정규직 문제가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협 타결률 부진…`춘투' 시동= 올해 임금협상 타결률이 다소 저조한 상황에서 `춘투'가 가시화되고 있다. 8일 노동부와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100인 이상 6천228개 사업장 가운데 임금 협상이 타결된 사업장은 554개로 진도율이 8.9%로 집계돼 지난해 같은 기간 11.9%에 비해 낮았다. 협상타결 사업장에서 임금을 올린 곳은 77.8%(431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74.2%(524개)보다 많았으나 협약 임금 인상률(총액기준)은 4.6%로 지난해(5.3%)보다 다소 떨어졌다. 임금협상 타결이 저조해지자 곳곳에서 `춘투'가 시작되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건설운송노조 덤프연대는 부당한 과적단속의 중단과 유가 보조, 면세유 지급을 요구하며 이달 1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서울ㆍ경기 등 수도권지역 덤프트럭 2만5천여대 가운데 1만여대가 파업에 동참해 일주일 째 파업을 벌이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일부 공사현장은 공사가 중단되는 등 차질을 빚고 있다. 또 서울시 버스노조와 서울시 버스운송사업조합은 `임금삭감 없는 주5일제 시행'을 놓고 대립하다 이달 4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이 실패로 끝나자 노조는 오는 9일 총파업에 돌입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대병원노조도 지난주 임단협 요구안으로 정규직 총액대비 10.46% 인상, 비정규직은 정규직 2배 임금인상률 적용, 7월 전면적 주5일제 실시 등을 제시해 병원측과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정규직 문제 최대 변수될 듯= 보호 입법을 둘러싸고 노사정이 논란을 거듭하자 비정규직이 직접 나설 태세를 갖추고 있다. 정규직 중심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데다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체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달 현재 80여개 비정규직 노조(조합원 3만여명)를, 한국노총도 50여개 노조(조합원 2만7천여명)를 각각 조직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 노조은 이번 임단협을 통해 그동안 주장하지 못했던 비정규직의 권리보장을 위한 입법화를 비롯해 계약직의 연간 갱신 연장, 정규직과의 임금격차 완화 등을 적극 요구할 예정이다. 울산지역건설플랜트 노조원 3명은 이달 1일부터 SK울산공장 정유탑에서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또한 노동부가 불법파견이 이뤄진 것으로 판정한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GM대우차 등의 사내 하청노조는 불법파견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계열 전국비정규직노조대표자연대회의(준) 오민규 집행위원장은 "그동안 비정규직 노조의 교섭 요구를 사측이 묵살해왔으나 올해는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져 다소 개선될 것이다. 이번 임단협에서 보호 입법은 물론 불법파견 노동자 정규직 전환, 특수고용 노동자 권리 보장 등을 적극 요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노동연구원 배규식 연구위원은 "올해 임단협에서는 다른 해보다 요구율이 다소 낮아 임금인상을 갖고 노사가 극한대립을 벌이는 상황은 적을 것이다. 하지만 보호 입법 등 비정규직 문제가 핵심 이슈가 돼있고 해결도 쉽지 않아 장기화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들어 분규는 지난주까지 3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8건)보다 다소 많았으나 분규 참가자수는 1만2천435명으로 2만9천638명보다 적었고 근로손실일은 11만239일로 8만8천82일보다 많았다. (서울=연합뉴스) 한승호기자 h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