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방노동위윈회는 지난달 21일 신세계이마트 용인수지점에 대해 비정규직 여성 계산노조원들을 탄압했다며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내렸다. 여성 계산노조원들의 노조활동을 방해하고 단체교섭을 거부했다는 것. 경기도 지방노동위는 이와 함께 노조활동에 적극적인 3명의 조합원에 대해 3개월 정직조치를 취한 것도 부당노동행위로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회사측은 정직기간이 끝나 복귀한 지 일주일 만인 지난달 25일 정직 기간중 회사를 비방한 노조원 3명에 대해 또다시 '자택 대기명령과 5월2일 인사위 개최통보'를 전달했다. 노조는 "회사가 지노위의 판결에도 불구 조합원들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노동운동이 강성으로 치닫는 데는 사용자들의 과잉.불법 대응에도 적지않은 원인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부 사용자들은 노조를 경영의 동반자로 받아들이려 하기보다는 경영의 훼방꾼으로 인식,무조건 거부하는 자세를 취함으로써 노조를 투쟁의 길로 내모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얘기다. 이러다 보니 노조활동을 압박하려는 사용자들의 부당 노동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2003년 2월 노조원들을 성향별로 분류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한 사실이 적발돼 노동계로부터 거센 반발을 산 적이 있다. 노조를 탄압하기 위한 전략이란 것이다. 실제로 회사측은 이 리스트를 토대로 노조의 파업 찬반투표에까지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은 회사가 노조활동에 개입한 혐의를 일부 인정해 회사간부에게 벌금형 등을 선고했다. 회사측이 노조원들의 성향을 분석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조합의 파업찬반 투표에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개입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사용자의 노조 압박행위는 노동현장에서 갖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풀무원샘물은 지난달 생산직 노동자 20명 가운데 18명이 노조에 가입했으나 일주일 뒤 전원 노조를 탈퇴했다. 그러자 회사측의 강압에 의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노동계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아무래도 노조원이 탈퇴한 것은 집단행동을 꺼린 회사측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사용자들이 노조를 압박하기 위해 자주 꺼내는 손해배상청구 및 가압류 카드도 이젠 약발이 떨어져 노조를 진정시키기보다는 되레 더 자극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회사측은 노조의 파업이 끝나면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며 손배소.가압류를 제기한다. 더욱이 조합원의 보증인인 가족.친지에게까지 경제적 책임을 물어 주변인물들마저 회사에 등을 돌리게 하고 있다. 사용자가 꺼낼 수 있는 무기가 상대적으로 적어 어쩔 수 없이 경제 제재 카드를 사용하고 있지만 역효과도 만만치 않다는 설명이다. 지난 2003년 말 현재 회사측이 노조에 대해 가압류하거나 손배소를 걸어놓은 금액은 60여개사에서 1천8백77여억원에 달한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2003년 3월 노사협상을 타결하면서 1백40여억원에 달하는 손배.가압류를 모두 취하하기로 했다. 경영진의 일방적 구조조정으로 장기파업을 겪은 회사도 있다. 지난 2003년 1백45일간의 장기파업으로 홍역을 앓았던 한국네슬레는 회사측이 노조와 사전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구조조정 등을 밀어붙이다 문제가 확산됐다는 지적이 많다. 비록 노조원들이 파업과정에서 강경투쟁을 벌여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았지만 파업의 일차적 책임은 경영진에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노동교육원의 의뢰로 이 회사 파업을 조사 분석한 노광표 한국노동사회문제연구소 부소장은 "회사측의 일방적 구조조정 조치가 분규를 일어나게 만든 첫째 요인이다. 경영진은 구조조정의 필요성,방법 그리고 절차에 대해 한번도 노조 집행부와 진지하게 논의하지 않았다"며 분규의 책임이 회사측에 있다고 말했다. 사용자들의 고무줄식 대응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최관동 포항지방노동사무소장은 "노동현장에 불법과 방종의 노동운동이 관행화된 데는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너그럽게 대처한 사용자의 책임이 크다"며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선 사용자들이 법과 원칙대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주인 없는 공기업의 경우 노사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노조의 과도한 요구까지 받아들이기 일쑤여서 다른 사업장 노사관계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노사관계 책임의 75%가 사용자의 몫"이라는 닉 라일리 GM대우차 사장의 얘기나 "노조는 경영진을 비추는 거울이다. 경영진이 잘하면 노조도 잘하게 돼 있다"는 오기소 한국도요타 사장의 말을 기업인들은 되새겨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