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문화된 `제3자 개입금지' 위반 혐의로 기소돼 10년 넘게 재판을 받아온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의원이 관련법 개정으로 혐의를 벗고 의원직 상실 위기를 모면할 가능성이 높아져 눈길을 끌고 있다. 제3자 개입금지는 지난 1997년 이미 없어진 조항이지만 과거 위반 행위까지 소급적용하는 부칙이 관련법에 남아있어 권 의원을 옭아매왔던 것. 이에 민노당 단병호(段炳浩) 의원은 이 같은 부칙을 폐지하는 내용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제출했고, 국회 환경노동위는 26일 전체회의에서 이를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이번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무리없이 처리될 전망이어서 권 의원은 재판에서 실형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으며, 따라서 의원직을 유지하게 될 전망이다. 집시법 위반 등 혐의가 남아있긴 하나 법원이 이 정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하기는 무리라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권 의원 측은 2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독소 조항이 폐지돼 재판에 좋은 영향이 있을 것 같다"면서도 "이번 개정안은 악법에 의해 피해를 본 모든 분들에게 잘된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단 의원이 이 같은 개정안을 제출할 수 있었던 것은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의 조언 덕분이었다는 후문이다. 이 총리는 지난 2월초 민노당 의원들을 총리 공관으로 초청해 만찬을 가진 자리에서 권 의원의 재판 상황이 화제에 오르자 단 의원에게 "부칙을 폐지하는 개정안을 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총리는 과거 13대 국회 때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이상수(李相洙) 전 의원과 함께 `노동위 삼총사'로 불릴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보였던 만큼 과거 경험을 십분 활용해 결정적인 힌트를 준 셈이다. 이에 단 의원 등 민노당 관계자들은 "왜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라며 이 총리의 아이디어에 감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