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해 확정한 `2008학년도 이후 대입제도 개선안'이 올해 고교 1학년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새 대입제도의 주요 골자는 수능 비중 축소, 내신 비중 확대, 특목고 운영 정상화 등. 내신성적 산출을 위한 첫 중간고사를 앞둔 시점에서 새 대입제도가 학교ㆍ학원ㆍ대학가에 실제로 어떤 변화를 주고 있는지 점검해본다. 오는 2008학년도부터 대학입시가 현행 수능 중심에서 고교 내신위주로 바뀜에 따라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는 고교 1년생들은 벌써부터 '내신전쟁'을 치르고 있다. 상당수 학생들은 이달 하순부터 다음달 초까지 실시될 중간고사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사설 보습학원이나 온라인 학습사이트에서 과목별로 집중적인 학습을 받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또한 국어와 영어, 수학 등 주요 과목 뿐 아니라 예.체능과목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집중도가 예전에 비해 높아졌다는 것이 일선 교사들의 전언이다. 중간고사가 학교별로 끝난 뒤 내년 하반기까지 상대적으로 좋은 내신성적을 올리기 위한 이른바 '하향형 전학' 현상도 확산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고 1학생 학원 특강 몰려…학교수업 집중도도 높아져 = 고교 1학년생들은 벌써부터 대학 입시전쟁에 휘말리고 있다. 최근 학교 앞 서점과 문구점에는 기출문제집이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고 학교별 기출문제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엔 회원이 급증하고 있으며 사설학원 내신특강에 는 고1생들이 구름처럼 몰리고 있다. 누구나 수를 받을 수 있는 절대평가 방식에서 원점수 표준편차 석차등급으로 표시되는 상대평가로 바뀌면서 현재의 성적이 곧바로 대학입시 성적표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강남 D고 1학년 김 모(16)군은 "학교에서 채택하지 않은 다른 검인정 교과서까지 구입해 집과 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다"며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는 만큼 취약한 과목위주로 사설학원 특강을 밤늦게까지 듣고 있다"고 털어놨다. 서울 강북에 위치한 C여고 1학년 이 모(16)양은 "'좋은 내신성적 내기가 바로 대학에 가는 지름길'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거의 모든 수업의 집중도가 높아졌고 수행평가 과제물도 대부분 학생이 제출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C고 이 모(43) 교사는 "예전같으면 숙제를 내줘도 안 해오는 학생이 많았는데 올해부터 대부분 신입생들은 그렇지 않다"며 "많은 학생들이 주요 과목은 물론 예ㆍ체능수업에도 성실하게 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각 학교 시험출제 등 내신관리 '비상' =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는 대부분 학교들은 고교 1년생 시험문제 보안유지에 신경을 쓰는 등 시험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올해초 '문일고의 내신성적 부풀리기' 파문이 발생하면서 시험관리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불신이 증폭됐기 때문이다. 일부 학교는 사전에 중간고사 시험문제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수능시험처럼 출제위원을 선정, 외부와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고교의 서 모(34) 1학년 담임교사는 "종전과 달리 이번 고1의 중간고사 성적은 대입전형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기 때문에 학교마다 철저한 성적관리 대책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의 내신 관리도 엄격해졌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일부 학교는 과목별로 등급마다 동점자 배제를 위한 배점기준까지 마련했고 또다른 학교는 과목당 교사 2∼3명이 공동출제해 철저하게 난이도와 변별력을 높이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중간고사 출제기간에 돌입한 고교 1학년 담당 교사들은 시험 출제에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D고 김 모(46) 1학년 담당 교사는 "성적이 정상분포를 나타낼 수 있도록 하려면 평균이 70점이하여야 한다"며 "2.9점, 3.1점과 같이 배점을 소수점으로 해서 동점자를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향 전학' 현상 확산될 듯...학교당국 대책 골머리 = 고교 1년생의 중간고사가 끝나면 내년 상반기까지 '하향 전학' 현상이 꼬리를 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고교 1학년생의 전학은 2학년 1학기까지만 가능한데 이번 중간고사에서 흡족한 성적을 올리지 못한 상당수 학생들이 비교적 좋은 내신을 받을 수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 특히 특목고의 경우 내신 성적이 하위권에 위치한 일부 학생들이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면 나머지 학생들이 그만큼 불이익을 받게 되기 때문에 '대규모 학생 이탈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예를들어 내신성적 9등급을 받게 될 학생이 다른 학교로 빠져 나가게 되면 종전에 8등급을 받을 수 있는 학생이 내신성적에서 그만큼 손해를 볼 수 있는 만큼 연쇄 전학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강남 명문고에서 비명문고로의 전학은 물론 인문계 고교에서 실업계고교로의 연쇄 이동 현상도 예상된다. 인문계 고교간에는 전학이 쉽지 않기 때문에 주민등록 위장 전입도 극성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비교적 다른 학교에 비해 전학을 가기가 쉬운 실업계의 경우 일부 학교는 대학 진학 지도체제를 갖추면서 해마다 진학률을 높이고 있어 인문계 고교생들이 몰릴 가능성이 크다. 한 고교 관계자는 "고1 중간고사가 마무리되면 학생들을 전학시키려는 일부 학부모와 이를 막으려는 학교간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되지만 학부모들이 굳이 가겠다면 학교로서도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에 고민스럽다"고 토로했다. (서울=연합뉴스) 전준상 기자 chunjs@yna.co.kr